조선수주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조선불황이 일시적일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가면서 국내외 조선업체들은 생존의 위협에 몰리게 됐다. 세계 4대 조선업체로 군림했던 STX조선해양이 부도 위기를 맞을 정도로 중소 조선사들은 거의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유독 현대중공업만은 불황에도 불구, 사업규모를 축소한다는 이야기가 일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건재하다. 물론 부동의 세계1위 조선업체로서 기초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도전 정신이 있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가스플랜트 핵심설비인 원심식가스압축기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중은 12일, 최근 자체 제작한 원심식 가스압축기 1호기가 울산 본사의 가스압축기 성능시험장에서 실시된 시운전과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원심식 가스압축기는 임펠러, 회전날개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 가스를 압축하는 설비다. 대량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운송해야 하는 육상 및 해상 가스플랜트에 주로 설치된다. 일반 가스압축기에 비해 크기가 작고 소음이 적으며 장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중이 제작한 원심식 가스압축기는 가로 2.8M, 세로 2.6M, 높이 1.8M 크기로 시간당 1,100톤의 천연가스를 69바(bar)까지 승압시켜 운송할 수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회전축 및 임펠러를 공급하고, 현대중이 나머지 부품을 직접 제작해 조립 및 시운전을 완료했다.

이로써 현대중은 대당 가격이 40억원을 넘는 원심식 가스압축기 시장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일부 업체만이 진출해 연간 40억 달러를 넘는 시장을 독점해왔다. 현대중은 지난 2011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기술제휴를 맺고 가스압축기 사업에 진출했으며 약 60억원을 투자해 울산 본사에 가스압축기 성능시험장을 건설했다. 국내 최초로 원심식 가스압축기 제작에 성공한 현대중은 이후 제품 종류를 확대해 이 분야에서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중이 선박엔진과 발전엔진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도 당시 기술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분야였다. 그런데도 현대중은 지칠 줄 모르는 투지와 인내로 마침내 제품개발에 성공했고, 지금은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비록 시작은 일본 미쓰비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조만간 회전축과 임펠러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할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벌써 가스압축기의 디자인과 크기에서 경쟁업체들의 제품과 차별화되고 있어,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중이 힘센엔진을 최초 개발했을 때는 세계 시장이 코웃음을 쳤지만, 지금은 100년 넘는 역사의 유럽엔진을 제치고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엔진분야의 선두주자라고 할 일본의 도쿄전력 사장이 경탄의 감사편지를 보내올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원심식가스압축기가 힘센엔진을 능가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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