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들은 5명 가운데 1명꼴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연 20-30%의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대학생 대출 현황 용역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47만 원인데 지출은 112만 4천 원이다. 지출에서 등록금 부담이 53만 7천 원(47.7%)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등록금을 부모가 내주는 대학생은 83.6%이다. 행복한 경우다. 나머지 16.4%는 장학금을 받거나 일을 해서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일을 해야 하는데 학업을 병행하면서 돈을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리게 된다. 고금리 대출을 쓰는 대학생의 평균 대출 잔액은 255만 원, 평균 금리는 24.5%로 나타났다. 대출 원리금과 높은 이자를 갚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시간에 일터로 내몰리게 되고, 자연히 학업에 소홀해지니 장학금이나 저금리 학자금 대출은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를 못 하게 되니 졸업과 구직에도 차질이 생기고, 졸업을 하더라도 대출금을 상환하기까지 고생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대학생들의 절반 정도(46.4%)가 고금리 대출 상환을 위해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일로 ‘저금리'를 꼽았다. 그만큼 학자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한 문제이다. 금융위원회는 교육부와 함께 한국장학재단법 개정을 추진해 학자금 대출 채무 조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이 한국장학재단의 비상각채권까지 사들여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장학재단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장학재단은 6개월 이상 연체자들을 지원 대상으로 하던 것을 3개월 이상 학자금 대출을 연체한 대학생에게도 한시적으로 특별상환 유예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을 대상으로 대학생 고금리 대출 실태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섰으며 과도한 채권 추심 방지와 저금리 전환 대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빚더미 대학생' 구제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등록금을 내리고 장학금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 실현과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0.46% 인하된데 그쳤다. 2013학년도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7만 8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겨우 3만 1천 원 줄었다. 국가장학금과 관련해서는 올해 5천688억 원이 증액된 1조 68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급한 문제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개선이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1. 유형은 성적기준이 높아서 일하느라 학점 관리가 어려운 학생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 2. 유형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경우 소요된 액수만큼 국가가 연동해서 지원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대학의 호응이 적어 올해 배정된 예산의 절반 정도만 집행될 계획이다. 대학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에는 관리 소홀로 국가장학금 일부가 고소득층 자녀들에게 새어나간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등록금이 없고, 다른 선진국에서도 장학금 제도가 잘 운용되고 있거나 학자금 대출 제도가 정비돼 있는 곳이 많다. 학비만큼은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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