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세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내놨다. 소득공제제도를 대폭 손질한 원안이 연봉 3천450만원 이상 중산층의 세금 부담마저 늘린다는 게 직접적인 화근이었다. 대통령이 전날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원안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수정한 것이다.
사려가 부족한 정책결정, 여론의 뭇매, 야당의 장외공세, 정권의 위기의식이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세금이 얼마나 예민한 사안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수정안은 세 부담이 느는 연봉 기준을 정부가 제시한 ‘중산층 상단'인 5천500만원으로 높여 잡은 게 핵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중산층 상단이 중위소득의 150%까지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연봉 5천500만~7천만원 근로자의 부담도 확 낮췄다.
세 부담이 느는 월급쟁이는 원안의 434만명에서 205만명으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상대적 고소득층의 부담만 늘게 됐다.
발 빠른 수정은 평가할 만하다. 일단 중산층 월급쟁이의 불만은 무마할 수 있게 됐으니 급한 불은 끈 것이다. 그럼에도 불씨는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 소득공제제도 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원안의 1조3천억원에서 8천600억원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1년치 감소액은 4천400억원이지만 2015~2017년으로 따지면 1조3천억원이 넘는다. 국회 심의에서 정비 대상 비과세·감면제도가 살아남는 사례가 흔하다는 점에 비춰 세수 증대 효과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공약가계부의 수입란이 비게 생겼으니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구멍을 메우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조세저항 없는 간접증세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잡아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작업에 매달린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과세행정 강화를 통한 이른바 '노력 세수'는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 게다가 이번 경험은 정부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면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복지공약 이행과 그 재원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합리적으로 조달 가능한 재원을 바탕으로 공약을 재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솔직하게 증세 필요성을 털어놓고 국민 공감대 확보에 나설지에 대한 결단을 요구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복지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수정안에 대해 넥타이 부대를 겁낸 미봉책이라고 비판한 민주당의 반응에 비춰 앞으로 과정도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회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명심할 것은 확실한 세수 확충 방안 없이는 복지 확대도 어렵다는 점이다. 간접증세나 세출구조조정만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복지 확충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라면 간접증세에 집착하기보다는 터놓고 근본적인 해법을 얘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못한다면 국회에서 증세 논의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소득공제제도는 물론 소득세제 전반을 함께 들여다봐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간접세 측면에서도 개선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노력엔 복지 비용 부담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국민 공감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