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홍

교과부는 지난달 13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요 골자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화·다양화, 진로직업교육 확대, 행·재정적 지원, 자율고 등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일반고를 기존의 자율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MB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낳은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및 공립고, 그리고 특목고 등에 우수한 학생이 쏠리면서 일반고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교 서열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실정에 대한 인식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체 고교생의 70% 이상이 일반고에 재학하고 일반고가 고교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일반고 발전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발표된 방안은 일반고 자체의 역량강화보다는 자율형 사립고나 공립고, 평준화 지역의 자립형 사립고 등의 무력화에 초점을 두고 있고, 특목고나 전국 단위 모집의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개선은 미흡하다. 따라서 일반고의 현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 시안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며 정부도 10월 확정안을 만들기 전에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각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어떤 문제점이 우려되는지 짚어보자. 먼저,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화·다양화를 분석해보면 기존 교육과정 필수이수단위를 116단위(1단위는 1주 1시간)에서 86단위로 축소하고 과목별 이수단위 증감을 최대 3단위로 확대해, 각 학교가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어, 영어, 수학으로 구성된 기초교과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를 두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대학진학률을 위해 이중시간표나 편법적으로 이들 교과목 시간을 실제로 많이 배정하는 파행적 운영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사전에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수단위 조정이나 선택과목의 확대로 파생될 수 있는 교사의 수급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둘째, 진로직업교육 확대는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진로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특성화고로 전학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근 학교끼리 연계해 소수 선택과목이나 조리, 제과, 미용 등의 거점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안은 비현실적인 것 같다. 그 이유는 각 학교의 제한된 수의 교사가 기본 수업 이외에 학생들의 진로·직업을 고려한 외국어, 예체능 과목을 담당할 여력이 없고 강사를 고용하더라도 인건비 확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리, 제빵, 제과, 미용 등의 과정을 위한 시설 확보가 여러 모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특성화고를 더 늘려 학생들이 고교입학부터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일 것이다.

셋째, 행·재정적 지원은 일반고에 내년부터 4년간 매년 약 5,000만원의 교육과정 개선지원비를 지원하고 학생 수를 연차적으로 줄여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은 혁신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000만원의 개선지원비는 기존 자립형 공립고에 1억에서 2억까지 지원했던 것에 비하면 금액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이 지원금이 특별목적을 위해 지급됐던 기존의 특별교부금의 대체물이라면 큰 의의가 없다. 일반고의 역량강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것이므로 안정적 재원으로 편성해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자율고 등의 제도 개선은 자율형 사립고와 공립고, 자립형사립고의 제도개선과 특목고의 지도·감독 강화를 포괄한다. 지금까지는 자율형 공립고는 일반고에 앞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지만 2015학년부터 이 우선 선발권을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자립형 사립고에는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의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했지만 2015학년부터 평준화 지역에 소재한 학교인 경우 이런 지원 자격을 폐지하고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외국어고, 국제고 등의 경우는 당초 학교 설립 목적에 부합되지 않게 운영할 경우 특목고 지정이 취소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우수한 학생 유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평준화 지역의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와 공립고는 일반고로 전환될 것이며, 이들 학교에 지금까지 선점됐던 우수한 학생들이 기존 일반고에 입학을 하게 되어 일반고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외국어고와 국제고에서 외국어 계열 전문인력 양성과 인문, 사회계열 인재양성보다는 명문대학의 진학을 목적으로 하고, 과학고도 수학, 과학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보다는 명문대학 진학과 의과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의 개선여지가 없다.

이번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은 우리나라 고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가 자율고나 특목고 등에 상대적으로 차별 받아 마치 수준이 낮은 학교처럼 인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수단위 조정과 다양한 진로직업 교과개설 등으로 파생될 수 있는 교사수급 및 시설확보 그리고 일반고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 등에 관해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인 안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교 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특목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대학 진학 시 고교 설립 목적에 부합되는 학과나 계열에만 지원가능하게 하는 등과 같은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하겠다. 이러한 대책 없이는 현재 추진 중인 ‘고교의 수평적 다양화’는 요원해 보이며, 오히려 이 두 유형의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이 현재보다 더 활성화될 우려가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