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마다 자신들의 글자에 관한 전설이 있다. 서양에서는 하느님이 글자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조상인 황제 밑에서 사관(史官)을 지낸 창힐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설이 널리 알려졌다. 창힐은 눈이 네 개나 돼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으며 위로는 하늘의 달 모양의 변화를 보고, 아래로는 들짐승과 날짐승들의 발자국이 각각 다르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서 한자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책에 실려있는 창힐의 초상화를 보면 눈이 네 개나 달린 모습이다.

그러나 한자처럼 그림이나 사물의 형상을 본떠서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낸 문자체계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원시문자의 흔적들을 보면 한자는 오랜시간을 거치면서 인간들의 여러단계 표현방법이 발전하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한자가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720년 완성)를 보면 백제의 왕인과 아직기 박사가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전하고 일본 왕자를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도래인’이라고 불리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일본에 문자와 문화를 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스님들이 한문으로 된 불경을 일본어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 책에다 메모를 했다. 처음에는 한자로, 그 다음에는 한자의 획을 축약해 ‘가타가나’라는 문자를 만들어 메모를 했다. ‘가나’는 일본어의 음(소리)을 적는 문자로 임시로 쓰는 글자라는 뜻이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가 있는데 곡선인 히라나가에 비해 가타가나는 직선이다. 10세기경 가타가나는 하나의 문자체계를 인정받고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 ‘가타가나(片假名)’가 신라에서 전래됐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廣島)대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芳規) 명예교수와 한국 연구진은 740년경 통일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불경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서 가타가나의 기원으로 보이는 문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 불경은 지금까지 나라 동대사(東大寺)에서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가타가나가 헤이안(平安·794∼1192) 시대에 일본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해온 일본 학자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를 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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