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8일 정부는 2013년도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근로자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개편,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합리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세제지원 강화 등이 그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자마자 중산층 과세강화 등 다양한 논쟁이 제기됐다. 그 속에서 세법 개정안의 부분 재검토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세법개정 수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주목할 만한 매우 의미 있는 세정 변화가 있다. 바로 가업상속공제제도 관련 세법 개정안에 대한 내용이다. 금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연 매출액 2,000억 원 이하 기업에서 3,0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고, 가업 상속 후 10년간 동일업종을 유지해야한다는 조건이 유사업종 내 전환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완화되는 등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상속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시킴으로써 가업의 계승 발전을 유도하고, 경영권의 세대교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조금씩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는 증여세와 더불어 세수기여도(2011년 기준 약 0.8%)에 비하여 높은 누진세율 체계 등으로 인해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즉, 최고 세율이 주요 선진국의 과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50퍼센트의 과세율로 이뤄져 있어서, 사실상 고액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가업의 승계 등에 있어서는 최고 세율이 적용됨으로써 기업의 향방을 달리하게 되는 등 우리나라 경제행위 전반에 상속세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영향력은 중소기업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등과 같은 치밀한 상속전략을 수립하는 능력 등이 없이 성실하게 사업에만 열중하였고, 그 결과 창업주의 퇴진 이후 가업승계 과정에서 눈물을 머금고 자기 주식 혹은 기계 설비 등을 처분함으로써 상속세를 부담해온 것이다. 여성복 업계 만년 1위였던 ‘한섬’이 막대한 상속세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현대홈쇼핑에 매각된 사례는 이러한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개편을 통해 가업 상속의 과정에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개선된 동 제도를 통해 이전보다 원활한 가업 상속을 유도함으로써 기업경영의 노하우 등을 축적해 우리나라의 ‘히든챔피언(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가리키는 말)'을 보다 더 많이 육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비록 상속세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의 폭은 확대했으나, 그 혜택의 수준과 관련하여서는 여전히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상속세의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업상속의 일정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업상속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독일식 상속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세무학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에 대한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더라도 상속 이후 3.1년이 경과하면 기업의 법인세,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인해 상속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로 비춰볼 때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는 방안은 세수균형의 측면, 그리고 기업효율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재산을 불로소득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이러한 급진적인 방법은 다수 국민의 불만을 살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속세를 면제하되 주식 혹은 기업자산 등을 상속인이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로 과세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많은 상속세 폐지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가업의 계승 이후 상속세 부담을 일정기한 연기해주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첫 번째 방법에서 봉착한 문제가 이 방법에서도 존재한다.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정서를 읽고 그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는 것이 상속세 관련 정부와 기업의 과제이다. 정부는 가업승계 기업에 대해 상속세제혜택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고용확대 등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풀어나가야 한다. 기업은 정부에 세제지원 혜택을 요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용·기술개발 등 신뢰할 수 있는 사회환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만 상속세 논쟁을 ‘부’의 대물림이 아닌 ‘책임’의 대물림이란 인식전환으로 결론지을 수 있으며. 희망과 성장의 사다리라는 내용으로 상속세 제도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