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태풍 ‘피토'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반도 서해안이 아닌 중국 상하이 쪽으로 방향이 틀어져 진행되고 있다. 태풍이 단 한 개도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은 것은 기상관측 이래 올해가 다섯 번째다. 이번 태풍은 수확기 농작물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한편으로, 오랜 가뭄을 씻어 줄 호재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엄청난 인명과 재산손실을 동반하는 태풍을 반기기까지 하게 된 것은 올해의 가뭄이 그만큼 극심하다는데 있다. 특히 영남지역은 평소 강수량의 3분의 1 수준이라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다. 울산시는 지난달 30일부터 낙동강 원수를 하루 21만 톤씩 늘려 공급받고 있다. 울산시의 하루 수돗물 생산량이 30만 톤이라는 것에 비춰 절대량을 낙동강에 의존하게 됐다. 지역 최대 상수원인 회야댐의 수위가 27여m로, 저수율이 겨우 40% 정도로 떨어져 있다.

지역의 또 다른 상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저수율은 20%와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앞으로 비가 추가로 더 내리지 않으면 이마저 언제 고갈될 지 알 수가 없다. 지난주 잔뜩 기대를 모았던 호우주의보에도 울산의 총 강수량은 20㎜에 지나지 않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찔끔 내리는 가랑비가 전부라, 바짝 마른 대지의 갈증을 풀어주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면서 벼를 제외한 무, 배추 등 대부분의 채소류가 성장을 멈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잎이 억세고 물기가 적어 제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계곡과 하천에도 오랜 가뭄으로 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의 가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보다 내년 봄을 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먹는 물은 그렇다 치고 봄철 밭작물에 공급할 농업용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다.

또 자연산 송이버섯 등 버섯류 채취가 한 해 농사라 할 수 있는 산간마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송이버섯 1등품이 1㎏에 10만 원대였는데 반해 지금은 1백만 원에도 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송이버섯의 씨가 말랐다.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에 최소 200~300㎜의 비가 더 내려줘야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될 수 있다. 그런데도 올해의 마지막 태풍이라 할 피토마저 한반도를 비켜 중국 본토로 상륙한다는 소식에 한숨이 절로 난다. 기상대는 태풍 피토가 발생, 북진할 당시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이 태풍이 움직이기 좋은 '길목'을 열어놓고 있어 6일부터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3일 아침부터 "예상과 달리 태풍의 진로가 중국 쪽으로 급선회,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너무 넓게 확장돼 태풍의 상륙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나 서해안 일부가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가뭄이 가장 극심한 영남권 일대는 태풍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러다가는 기우제(祈雨祭)라도 대대적으로 지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