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의 산이 신음하고 있다.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어야 할 산은 재선충이라는 해충 앞에 무장해제되고 있다. 빨갛게 물드는 것이 단풍과 비슷하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네 뒷산은 말할 것도 없고, 제법 높은 산들에도 재선충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낮게 조용하게 퍼지면서 울림은 더 크다. 애써 가꾼 산림이 또다시 민둥산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산 곳곳에는 나무 무덤이 진을 치고 있다. 사람 봉분보다 나무 봉분이 더 많은 산도 나타나고 있다.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선충의 위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떤 이는 재선충의 확산 속도와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선충 피해를 입은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수백미터, 최대 수킬로미터 안팎의 산림을 한꺼번에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진행되는 속도와 면적을 고려하면 깊이 연구해봐야 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뚜렷한 예방책이 없는 상황에서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재선충의 기세를 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재선충 때문에 한반도에서 소나무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우울한 전망과 관측만이 난무하고 있다.
재선충 못지않게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산림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기가 다가왔다.
바로 산불 때문이다. 산림청 통계에 보면, 2012년 한해 197건의 산불로 71.91ha의 면적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78건의 산불로 548.24ha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그 가운데 울산이 14건에 319.99ha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불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9일 울주군 언양읍과 상북면 일대에 발생한 산불로 280ha에 이르는 면적이 초토화되었다. 9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도 화마로 인한 상처는 여전하다. 산불피해지역에 대해 인공조림을 할 지, 자연복원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흐릿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산불의 위험이 화재가 빈발하는 동절기에는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 수거되지 않는 폐비닐 등 영농자재를 소각하는 행위가 해정기관의 거듭되는 경고와 주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충을 박멸한다는 이유로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지피는 행위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랜 경험과 습관에 익숙한 농촌의 연로하신 노인들이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한 산불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그런 만큼, 행정기관은 지금부터라도 농촌을 중심으로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도와 홍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여 폐비닐 등 영농자재를 소각하기 이전에 수거하는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아울러, 겨울철 입산객들의 실화로 인한 화재의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는 만큼,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라이터 등 화기를 소지하지 않도록 지도와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
산불 피해 이후 복구를 위해 막대하게 투입되는 예산보다는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하여 산불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예산이 더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간,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더 이상 울창한 산림이 화마로부터 소실되어 민둥산으로 되돌아가는 아픔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재선충과 화마, 그 상처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상처는 덧나게 되어 있다. 덧난 상처를 치료하고 치유하는 수고는 더 많은 노력과 정성,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산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온전하게 보전하여 후대에 소중하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