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산전투도.

“도산전투도를 울산에 들여와야 한다”는 기사와 관련(본지 8월29일자 1면 보도), 울산박물관이 일본의 한 소장가로부터 도산전투도를 대여해 와 26일부터 시민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울산박물관(관장 김우림)은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Ⅱ에서 27일간의 일정으로 ‘1597년 겨울, 치열한 전쟁 기록 - 도산 전투도’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그림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지금의 학성공원인 도산에서 일어난 도산전투를 생생하게 기록한 그림으로, 일본인이 그렸지만 임진왜란 전투도 가운데서도 가장 세밀하고 방대해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그린 ‘평양성 탈환도’, 명나라의 시각에서 그린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왜를 정벌한 공을 기념한 그림)’과 함께 조·왜·명이 등장하는 임진왜란 관련 세계 3대 병풍 그림으로 불리고 있다.

‘도산전투도’는 각각 6폭씩 3점의 병풍이며, 첫 번째 병풍에는 전투 초기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도산성에 웅거한 왜군 진영으로 진격해 가는 장면을, 두 번째 병풍에는 방대한 규모의 조명연합군이 도산성을 포위하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세 번째 병풍에는 전세가 역전되어 조명연합군이 왜군의 지원군에게 밀려 긴박하게 후퇴하는 장면을 표현했다. 일본인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정황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된 역사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 나베시마보효회 소장 도산성 모습(왼쪽)과 사카모토 고로 소장본 도산성 모습.

‘도산전투도’는 치열했던 겨울에 벌어진 1차 도산전투를 그린 것으로, 당시 전투에 참여한 사가번주[佐賀蕃主]인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가 구술한 것을 가신인 오오키[大木]가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본은 소실됐으며, 17~18세기 무렵 제작된 모사본이 3점 정도가 일본에 전해지고 있다. 그 중 나베시마보효회[鍋島報效會]가 소장하고 있는 것 중 일부를 복제품으로 만들어 울산박물관과 충의사에서 전시하고 있는데, 3점의 병풍 모두가 진품으로 전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울산박물관의 노력과 함께 소장가 사카모토 고로(板本五郞) 씨와의 20여 년간의 친분이 있던 북촌미술관 전윤수 관장의 도움이 더해진 결과로, 전관장은 2007년 기존 1점 외에 2점의 작품을 일본 소장가를 찾아 확인했다.

전윤수관장은 “현재 고려대박물관에 ‘평양성탈환도’가 소장돼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영국 런던에 있는 ‘정왜기공도병’을 구입해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도산성 전투도’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3대 임진왜란 전투도가 모두 들어온 것이라 그 의미는 대단하다”고 말했다.

도산전투는 임진왜란의 대표적인 혈전으로, 조선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도 많은 기록으로 남겨져 있어 문자로만 기록된 도산성의 모습이나 전쟁의 장대한 규모, 처절한 전투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어 사료적 가치로도 중요하다.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은 “울산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화가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일본에서 대여해 와 짧은 기간 전시하게 되어 아쉽다”라고 밝혔다.

한편 도산성 전투도는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연내 지정되려는 움직임이 있고,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도 접촉하는 등 국내 반입 가능성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환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울산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울산시는 ‘도산성전투도’를 구입하려했으나 예산문제로 불발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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