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효문동에 20년간 방치된 폐기물 더미를 처리하면서 향토기업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느꼈다는 ㈜유성 류해렬 대표. 이상억 기자 euckphoto@iusm.co.kr

“20년 넘게 방치된 폐기물 더미를 놓고 누구 하나 나서는 이 없었습니다. 울산 시민들을 위해 지역에서 자란 기업이 나선 것 뿐입니다” 2일 오전 울산 온산공단 내에서 위치한 폐기물 처리업체 ‘㈜유성’ 사무실에서 만난 류해렬(52) 대표의 첫 마디였다.
울산 북구 효문동 일원에는 지난 20여년간 거대한 폐기물 더미가 쌓여있었다. 지난 1986년 자동차시트를 제조하던 회사가 1992년 부도처리되면서 폐기물은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몇몇 업체들이 부도난 업체를 인수해 재활용 사업 등을 이어갔지만 역시 잇따라 부도처리 되면서 인접한 ㈜유성 소유의 부지(1,650㎡ 규모)에 폐기물이 방치되기 시작했다.

이 폐기물 더미는 대부분 자동차 시트, 바닥재 등 2만여㎥ 규모로 거대한 언덕을 방불케 했다. 행정당국은 물론 인근에 위치한 대기업 마저 손댈 수 없을만큼 엄청난 규모였다.
류 대표의 폐기물 더미 처리 계획은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 초 류 대표가 임원회의 자리에서 폐기물 더미 처리계획을 내비치자 내부 임원들이 극구 반대하고 나선 것.

류 대표는 “일부에서 유성은 폐기물 처리업체니까 폐기물 더미를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폐기물 1㎥를 처리하는 현재 시세로만 15만원 내외며, 일반 파쇄기로는 어림도 없어 이 폐기물 처리를 위해 15억원 상당의 대형 파쇄기를 구입했다. 현재 추정되는 예산만 5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회사 연매출의 25%에 해당하지만 지역을 위해서라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이 폐기물 더미를 회사로 이송시키는데만 5개월이 넘게 걸렸다. 유성 측은 지난 6월부터 회사 부지로 폐기물 더미를 이송하기 시작해 지난달 24일이 돼서야 이송완료했다. 폐기물 더미는 회사 부지에 보관중이며, 틈틈이 파쇄 및 압축과정을 거쳐 소각처리하고 있다.

류 대표는 “다른 작업없이 폐기물 더미 처리에만 나선다면 꼬박 1년정도 걸릴 것”이라며 “회사 경영상 영업 중 틈나는대로 처리하고 있으며, 모두 처리하기까지는 최소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어 “적지 않은 고민과 회의를 거듭한 결과, 넉넉하지 않은 회사 형편이지만 울산을 사랑하는 향토기업으로써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 대기업은 물론이고 우리같은 중소기업에서도 지역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곳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성은 지난 8월 울산지역 기업 가운데 최초로 녹색전문기업과 녹색기술 인증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자체 장학재단인 ‘유성장학회’를 통해 매년 지역 내 모범청소년과 학교 등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소외계층 무료급식소인 ‘함께 하는 사람들-목련의집’ 설립에도 참여하는 울산 지역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지역 대표 향토기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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