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국립과학관 트리케라톱스 공룡. 연합뉴스 www.yonhapnews.co.kr

울주 천전리 계곡이라고 하면 문화재 분야 종사자는 대뜸 '천전리 각석(刻石)'을 떠올린다. 법흥왕의 딸인 지몰시혜비(只沒尸兮妃)가 훗날 진흥왕이 되는 어린 아들 심맥부지(深麥夫智)를 데리고 이곳을 방문하고는 새긴 문자기록이 지금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 각석 대곡천 맞은편 넓은 암반이 공룡발자국이 곳곳에 남은 같은 '문화재'라는 사실은 곧잘 망각되곤 한다.

각석과는 지척인 이 공룡발자국은 '천전리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는 이름으로 1997년 10월9일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공룡 발자국에는 관심이 없다. 건너편 각석에 온통 눈길을 주면서 아무나 밟고 다닐 뿐이다.

이곳에 발자국 화석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안내판을 보지 않고는 확인조차 힘든 실정이다. 하기야 천전리 각석은 국보(147호)가 아니던가? 그에 견주어 지방문화재인 공룡 발자국이 당당히 얼굴을 내밀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이 땅에 공룡이 남긴 흔적은 뼈건, 발자국이건, 알이건 모두가 문화재로 분류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 유형문화재 ▲ 무형문화재 ▲ 기념물 ▲ 민속문화재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에서도 공룡의 흔적은 기념물에 속한다. 보호법이 규정한 기념물 중에서는 "동물(그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를 포함한다), 식물(그 자생지를 포함한다), 지형, 지질, 광물, 동굴,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특별한 자연현상으로 역사적·경관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이 있는데 공룡 화석은 바로 이에 들어간다.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면 공룡과 매머드가 빠질 수 없다. 우리는 아직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 이런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는 10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아직 구체화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이를 세종시에 세우기로 방침을 정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공·사립박물관 중에는 자연사박물관을 표방한 곳이 더러 있다. 그리고 이런 시설이라면 으레 공룡이나 매머드 화석 하나쯤은 보유해야 한다는 상식이 자리 잡았다.

국립중앙과학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인 과학관은 대전에 본부를 두고 과천에 최근 서울관을 개관했다.

어쩌면 자연사라는 개념과 가까운 문화시설이라고 할 만한 이곳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는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공룡 1개체와 익룡 1개체, 그리고 털매머드 2개체를 보유 중이며, 이는 모두 현장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트리케라톱스 공룡은 중생대 백악기 후기, 구체적으로는 6천600만년~6천800만년 전 북미 지역에 산 초식공룡이다. 이 공룡은 1개 코뿔과 2개 이마뿔이 있어 뿔이 3개인 얼굴이라는 뜻에서 트리케라톱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1887년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처음 발견될 당시에는 멸종된 버펄로의 유해로 보기도 했다.

과학관에 전시 중인 트리케라톱스 화석은 미국 와이오밍주 러스크 지역 한 개인목장에서 1993~1994년 발굴됐다. 길이 6m, 폭 1.5m, 높이는 2.5m에 이르는 이 공룡 화석은 여타 같은 공룡 화석에서는 드문 후두골과 대후두공이 보존된 점을 비롯해 전체 진품 골격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 화석은 2005년 구입품이다.

▲ 대전국립과학관 트리케라톱스 공룡. 연합뉴스 www.yonhapnews.co.kr
윤용현 중앙과학관 교육문화과장은 "골격 완성도가 매우 높은 표본으로 진품 트리케라톱스 공룡 전시는 우리가 처음으로 한다"면서 "전시한 공룡은 앞에 놓인 거대한 나무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익룡(Pterosaurs) 전시 표본은 약 1억년 전에 살던 브라질 세아라 지역 출토품으로, 그 진품 골격 비율 역시 약 70%에 이른다. 이 표본은 길이 120cm에 날개 사이 폭이 190cm다.

털매머드 전시품은 약 80%에 이르는 실물 골격과 진품 상아를 갖는 성체 수컷과 약 90%의 실물 골격을 포함한 새끼 골격 화석이다. 성체 털매머드는 40~50살로 추정되며, 러시아 시베리아 북동쪽 콜리마(Kolima)강 부근에서 발견됐다. 2살인 새끼는 시베리아 서쪽 투멘(Tumen) 지역에서 발굴했다.

과학관은 관람객에게 매머드 이빨을 직접 만져보게 하는 체험 코너를 마련하는 한편 미라화한 매머드 살점도 함께 전시 중이다. 이 외에 진품을 전시 중인 곳은 더 있다.

공룡학 박사인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에 의하면 안면도쥬라기박물관에 스피노사우루스 1점, 트루오돈과에 속하는 육식공룡 1점, 사우롤로푸스 2점, 오비랍토르 1점, 그리고 익룡 진품 여러 점을 보유했다.

이외에 해남공룡박물관에 알로사우루스 1점, 고성공룡박물관에 프로토케라톱스 2점과 오비랍토류 육식공룡 2점, 국립과천과학관에 에드몬토사우루스 1점,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브라키오사우루스과에 속하는 용각류 공룡 1점과 프로토케라톱스 1점 등이 있다.

한데 이들은 모두 외국 수입품이다. 국내에 들어온 진품 화석이 뜻밖에 많은 셈이다. 임종덕 박사는 "이는 완성품에 가까운 것들이며, 부분 골격 혹은 두개골만 있는 공룡 표본은 국내에 있는 것만 100여 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엄청난 숫자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셈이며, 따라서 이들을 잘 활용하면 어쩌면 국내에서도 공룡박물관을 세울 수 있을 만도 한 분량이다.

털매머드는 중앙과학관 외에 국립과천과학관, 안면도쥬라기공원,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등지에 진품이 있다. 이 역시 모두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이들 화석은 그대로 전시되기도 하지만 복제품 형태의 전시가 많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공룡은 화석 그대로 전시하면 폼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서 "외국 유명 박물관에 가도 멋진 공룡은 복제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종덕 박사는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되건 화석이 '문화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천전리 각석만큼이나 그 전면의 공룡발자국 화석 또한 그에 못지않은 소중한 우리의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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