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돼지코 같고 휘파람으로 서로 말을 하며 새끼를 거느리고 다닌다고 했다. 옛날 한반도 해역의 ‘낙랑해돈(樂浪海豚)’ 즉 돌고래 얘기다.
돌고래는 그만한 크기의 다른 고기보다 값이 많이 나갔다. 서생들이 돌고래 기름으로 불을 켜고 글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져 급제한다 하여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망망대해에서 돌고래 울음소리는 반갑기 그지없다고 했다. 순풍일 때 우는 소리와 역풍일 때 우는 소리가 다르며, 동풍일 때와 서풍일 때가 다르고 미구에 바람이 세질 때와 약해질 때가 다르기에 점풍(占風)이라 불렸으니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새끼가 잡히면 몇 날 몇 밤을 배를 쫓아다니며 비명을 지르고 뱃전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며 읍소하기에 놓아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맹렬 모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뱃사람 사이에 새끼 돌고래 잡는 것이 금기시 됐었다. 포기할 줄 모르는 모정을 잡아 뗀다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뇌의 크기가 사람과 같고 세포 수는 오히려 3배나 더 많다는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곡예로 즐겁게 해 줄뿐 아니라 전쟁에 까지 동원되고 있다. 냉전 시절인 1960년대엔 소련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수중에 매설해 지나가는 배를 폭파하는 기뢰(機雷)와 적군의 수중 침투 등을 탐지하도록 특수 훈련시킨 돌고래 부대를 창설했다. 기뢰를 돌고래의 뇌주파와 조절시켜 자살 특공대처럼 적의 뱃전에 적중시킨다든지 레이더 사각지대에 돌고래로 중계작전을 벌여 100% 성공률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은 샌디에이고에서 돌고래와 바다사자 등을 훈련시켜 2003년 이라크전 때 돌고래 부대를 실전에 투입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흑해 함대가 주둔해 있는 크림반대 세바스토폴에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용해 왔다. 이 부대는 1991년 소련 붕괴때 크림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흑해에서 훈련받던 돌고래 부대의소속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한다. 운명이 바뀐건 나라 뿐이 아니라 돌고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돌고래가 사람을 잘 따르고 이용만 당하는 순한 어족이 아니라는 과학자의 경고도 보고되었다. 돌고래의 집단 죽음을 조사했더니 서로의 공격으로 살해된 증거도 나왔다. 원래 포악하기때문일까, 포악한 인간을 닮아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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