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2월 10일 서울 숭례문에 화재가 났고 불을 낸 사람은 징역 10년을 선고 받아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그리고 2013년 5월 4일 드디어 숭례문이 복구되었고 국보1호의 위용을 다시 드러내며 우리들에게 공개됐다. 복원의 기쁨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단청, 목재. 기와 등 여러 분야에서의 부실과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사건으로 역대 문화재청장 두 분이 경질됐고 관련자 여러 명이 입건됐으며, 이 분야의 권위자였던 어떤 교수 한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일반인들은 사건만 기억하겠지만 문화재와 관련된 많은 변화도 현재 까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 있는 모든 문화재에 대한 현상 파악과 보수에 대한 기초 조사가 이뤄졌으며, 수리기술 개선 체계에 대한 매뉴얼이 생겼다. 문화재 수리 기술과 안료의 중요성, 수리 방식에 대한 자체적인 반성과 변화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전국민이 문화재 지킴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의 균열, 파손 등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블로그에 올려 공유하고 알리는 작업을 국민 스스로 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문화재의 전문용어 까지 정확하게 쓰고 있어 놀랍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현장에서 잘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만지면 안된다든지, 올라가면 안된다든지 하는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을 본적도 있다. 즉 숭례문 사건을 통해 국민들 스스로가 변한 것이다. 마치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은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의 몫이라고 느끼는 듯 하다. 숭례문 소실 사건은 지극히 안타깝지만 국민들 스스로의 성숙한 자세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사건 후 몇 년 사이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2014년 4월과 5월 우리는 또 한번의 더 큰 슬픔을 겪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저미고 아픈 세월호, 단원고등학교, 진도 앞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해경과 잠수부 까지. 이 사건 이후 국민들이 흘린 눈물을 모두 받아 합쳐 놓으면 아마도 큰 강물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총리에게의 물세례를 보면서, 물을 끼 얹는 사람도, 물세례를 받는 국무총리도, 이를 텔레비전으로 보는 국민도 모두 아프고 답답하다. 더 많은 물을 끼 얹고, 더 많은 물세례를 받아도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무엇이 아프고 창피하랴!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는 숭례문에 불이 났을 때와 같은 두려움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혼란과 해답이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뷰를 들으며 미래의 희망을 느끼고, 꽃을 바치며 명복을 빌고 노란색 종이 위에 써 놓은 글들을 읽으며, 한국인의 인정과 따뜻함을 다시금 보듬는다. 학생들의 죽음이 어른들의 책임인것만 같아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조문객들의 말과 표정을 읽으며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 잠깐 잊고 있었던 우리는 대한국인이다. 오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까지 견뎌 온, 유태인도 무서워한다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 온 근면한 한국인이다. 이제까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잘 살기 위해 ‘빨리 빨리', ‘냄비근성'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앞으로 치달아 세계 최고의 민족이 된 대한국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 갔던 작은 일들이 커져 이제 하나씩 하나씩 커다란 사건으로 우리들 앞에 터지고 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전진형에서 옆도 보고 밑도 봐야 되며, 천천히 갈 줄도, 두드려 갈 줄도 알아야 되는 바로 그 시점에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대한국인은 숭례문을 통해 배웠듯이 또 다시 스스로 변화하면서 바뀌어 갈 것이다. 숭례문이 우리를 일깨워 주었듯이 이제는 서로 반목하지 말고 네 탓하지 않는 대한국인으로 거듭 날 것이다. 너의 잘못이 아니고 나의 잘못임을 인식하고, 문화재를 지키는 지킴이 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를 책임지는 지킴이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