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우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

 

천년도 훌쩍 넘은
먼 옛날 신라사람
원효스님의 생각·실천이론
지금처럼 그립고
절실하게 느껴졌던 적 없어

오래전 7세기에 활동한 원효스님(617~686)은 661년 당으로의 유학을 위한 여정중 묵었던 잠자리에서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게 된다. 다음 날 아침 밤중에 먹은 시원한 감로수가 사실은 썩은 해골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온 세상은 모두 마음 뿐이요, 이치는 모두 인식일 뿐이다.(三界唯心 萬法唯識)' 즉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당으로의 유학을 포기하였다는 유명한 설화가 전한다.

이 설화는 원효의 불교 사상의 핵심으로 발전하는데 즉 ‘일심'과 ‘화쟁'이다. ‘일심'이란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에 기초하며 마음이 모든 존재의 근거로 파악한 것이며, ‘화쟁'은 모든 이론에서의 다툼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원효가 주장하였던 ‘일심'과 ‘화쟁'은 다소 어려운 불교 사상이지만 사실 우리네 생활에 그대로 적용되는 행동 이론이기도 하다. 실제, 마음 먹기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서로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견해 만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워 지겠는가? 내가 지금 벌고 있는 돈의 액수, 살고 있는 집의 평수, 시험 점수 등은 모두 마음 먹기에 따라 그 가치와 만족도가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단 한 순간이라도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서로간의 관계는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원효의 실천 이론도 되새겨 봄직하다. 원효는 귀족 불교를 부정하고 반성하면서 소외된 민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눈 높이에서 교화하고 어루만지는 이상을 실천하였다. 파계승으로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설총을 낳았지만 이후 전국을 떠돌면서 인간의 평등과 실천 불교를 실현하고자 일생 동안 헌신하였다.

얼마 전 수 많은 공약과 함께 선거가 끝났다. 제시한 약속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과 소리를 듣고자 하는 진정성과 지속성일 것이다. 원효스님이 실천 했던 눈 높이 방식으로 모든 약속이 잘 지켜지기를 다시 한번 희망해 본다. 천년도 훌쩍 넘은 먼 옛날 신라사람이었던 원효스님의 그 생각과 실천이론이 지금처럼 그립고 절실하게 느껴졌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원효는 전국을 돌아 다니며 교화하고 책을 저술하였는데 울산에도 머물렀다는 기록이 ‘삼국유사' 권5 피은 낭지승운 보현수조에 전한다. 스승인 낭지(朗智)의 청으로 울산 반고사지(磻高寺址)에 머무르면서 ‘안신사심론(安身事心論)'과 ‘초장관문(初章觀文)'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현재 반고사지의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데 대략 두 가지 의견이 있다. 하나는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각석 건너편의 계단식 논에 있는 폐사지로 보는 시각과 또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옆 근처에 있는 절터로 추정하기도 한다. 반구대는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와는 다른 장소로 전문가들은 이 곳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는 1m가 넘는 크기의 석조불상 한 구와 석탑 부재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부산대학교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옮겨져 전시되어 있다.

울산 반고사지가 발굴된다면 원효를 만날 수 있을까? ‘깊이 살피고 바르게 생각하라' 언젠가 이 절터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실천불교자이자 불교 지식인이었던 원효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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