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주지훈. 노컷뉴스

예민한 감성을 지닌 예술가 타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상남자 같은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11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허세도 있고 야망도 큰 대기업 보험사 직원 인철을 연기한 주지훈(32)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 명의 '불알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비극적 사고를 통해 인간관계를 파고드는 이 영화에서 주지훈은 마치 신이 난 듯 스크린을 누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당한 속물근성의 남자. 호기롭게 완전범죄를 도모한 그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수습하면서 드러내는 다양한 진폭의 얼굴은 보는 이를 단숨에 매료시킨다.

주지훈은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마치 내 얘기 같았다"는 말로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면서 극중 마초남 인철이 자기 내면에도 있다고 했다.

"감독님 말씀이 시나리오를 본 모든 남자배우들이 자기 얘기같다고 했다더라. 저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친구들이 모이면 우직한 친구, 나대는 친구, 우유부단한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주지훈은 셋중 누구와 가장 닮았을까?

"인철? 어릴 적 동네친구들과 있으면 인철처럼 그렇게 짓궂게 장난을 치고 나댄다. 하지만 모델 출신 선배들 앞에서는 우유부단하고 고분한 민수처럼 됐다가 일을 할 때는 현태 같은 면을 보인다. 제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항상 중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민해 보인다는 말에 그는 "아니라고 말 못한다"면서 "내 안의 마초남과 여성성이 계속 싸운다"고 웃었다.

▲ 배우 주지훈. 노컷뉴스
성보다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증거는 두 달에 한번 꼴로 겪는다는 위경련 이야기에서도 감지됐다.

그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원인모를 위경련에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진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어땠는지 묻자 그는 "단 한 번도 위경련이 오지 않았다"며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영화 찍으면서 위경련뿐만 아니라 4년간 괴롭히던 불면증도 없어졌다. 감독님이나 동료배우들과 너무 죽이 잘 맞았고, 스태프들과 호흡도 정말 좋았다."

인상적인 장면인 인철이 오열하는 장면도 원래는 시체안치실에 들어가는 장면과 오열하는 장면을 나눠 찍을 예정이었다.

"연기를 하다보면 끊지 않고 쭉가는 게 더 나은 순간이 있는데 우리영화 스태프들은 그걸 너무 잘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오열신은 8분짜리 마스터샷이었다. 인철이 화장실문을 열자 예고도 없이 찾아온 여친 지향(장희진)과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마스터샷은 장면 전체를 똑같은 각도와 화면 크기로 컷 없이 찍는 것이며 보통 롱숏(long shot)으로 촬영된다.

좋은 친구들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왔던 세 친구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범죄드라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밑바탕에 깔려있어 모든 인물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덫에 빠진 인간들의 몸부림을 통해 우리네 삶의 비극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주지훈은 "인생은 비극이라고 본다"고 평소 생각을 전했다.

그는 "비극이기 때문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더욱 값진 게 아니겠냐"며 "지성 형이 연기한 현태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다. 곱씹을수록 씁쓸해진다"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이 영화의 매력을 짚었다.

주지훈은 그동안 특정 장르에 특화된 배우가 아니라 유연하게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나 '결혼전야'에서는 치명적 매력의 남자, 드라마 '마왕'에서는 상처 입은 영혼같은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했고,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는 코믹연기도 선보였다. 한마디로 변화무쌍했다.

주지훈은 "전 머리가 좋지 않다"며 "이미지를 고려하며 작품을 선택하기 보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말로 작품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8-9년째 주지훈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화가 났다. 이제 신뢰를 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마음이었는데, 매번 다르게 보인다고 하니까 이젠 기분 좋다."

차기작은 사극 '간신'(가제)이다. 폭군으로 유명한 조선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임금 옆에서는 충신인 듯 보이나 알고 보면 정사를 그르치는 '왕 위의 왕' 간신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그는 연산군에서 여인을 바치는 수완 좋은 '간신' 무용수 역할을 맡아 두 달째 몸을 만들고 있다.

이날 닭가슴살을 간 단백질 음료와 구운 채소로 점심을 한 그는 "살이 찌우거나 빼는 게 아니고 무용수의 몸을 만들고 있어 정말 어렵다"며 식단조절의 고통을 전했다.

이어 "이렇게 별맛 없는 음식을 앞으로 2달간 더 먹어야 한다"며 "근육질 몸매를 선호하지 않아서 몸을 만드는 재미도 없고, 정말 일이니까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서 그는 '좋은 친구들'의 인철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10kg이나 찌웠다. 현재는 체지방이 7%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