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황후, 정도전, 관상 등 고려 말에서 조선초기의 역사를 다루는 드라마와 영화가 유행이다. 이는 가장 격정적인 시대이자 난세였던 이 시기에 혁신가, 사상가 등 걸출한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인데 수 십년 동안 변함없는 드라마의 단골 주제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끝난 정도전은 한 동안 이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사람들이 많아 꽤 인기가 있었는데, 연기자들의 풍부한 연기가 마치 진짜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에 감정 이입이 되어 이성계, 정도전, 이인임이 실제 유동근, 조재현, 박영규씨의 얼굴일 것 같다는 착각 까지 들게 한다. 이에 태조 이성계로 열연한 유동근씨의 얼굴과 다른 전주 경기전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 어진 속 얼굴이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니 드라마의 힘이 참으로 놀랍다.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는 나라의 주체를 백성에 둔 민본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거친 남자들의 이상과 현실을 현실감있게 그리면서 이를 시대에 맞게 감각적인 대사로 전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정도전의 작가 정현민씨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10년 동안 했다는 정치의 실제적 감각이 절묘한 대사로 표출되었다고 한다. 즉 지금의 실제 정치와 대입시키고 현재의 정치인들과 비교하면서 대리만족을 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는 우리들이 이 시대 신 정도전의 부활을 은근히 바라고 그리워함에 있는 것은 아닌가 반추해 보기도 한다. 정도전은 혁명가, 전략가, 이론가 또는 ‘살아서 6년 죽어서 600년 조선을 다스린 남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조명되는 인물이다.
조선 건국 후 6년 동안 전략적으로 짜 놓은 그의 정책은 조선 60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으며, 그의 이론은 매우 견고해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이념과 철학으로 무장된 혁명가이자 전략가였으며 뚝심있는 정치가였지만 백성을 존중한 점에서 그 격을 달리한다. 과감하게 전진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과 뛰어 난 학식, 사람을 감동시키는 화술 ,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성 등 정도전의 가치에 역사를 보는 올바른 관점을 덧 붙힌다면 우리가 원하는 이 시대 신 정도전의 모습이 아닐까? '신 정도전의 가치'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대한민국 미래의 답이다. 그러나 정도전도 인간이었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은 정도전과 후에 태종이 되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과의 대립 그리고 정도전의 죽음이었다. 그는 조선이 건국 한 후 6년만인 56세에 신의왕후 한씨 소생인 이방원에 의해 유명한 1차 왕자의 난에 목숨을 잃게 된다. 그가 죽은 1398년은 정도전 최고의 절정기였던 시기였다. 요동정벌을 계획하고 신덕왕후 강씨의 어린 아들을 세자로 책봉해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려던 시점에 그로부터 배재당한 이방원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최고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욕심을 버려야 되는 정치적 겸양을 그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 부분은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것 같지만 말이다.
요새는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역사는 배우고 인식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역사와의 전쟁으로 분주한, 복잡한 주변 정세를 가지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중국과 일본이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적 대립을 하고 있는 양태인데, 사실 중국과 일본은 경제적 측면이나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거의 정점에 와 있는 나라들이다.
정도전의 예에서 보듯 정점이란 시작을 의미하기도 마지막을 제시하기도 한다. 정점에 선 중국과 일본의 분주한 외교 행보 속에서 한반도의 통로는 어디인지. 아마도 그 해답 역시 역사의 행간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역사를 배우고 탐구하자고. 정도전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신 정도전의 가치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는 밝고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