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김성기 감독 / 노컷뉴스

2014년 4월 3일. 한국 대표 락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 한 편을 남겼다. 글의 내용은 지금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 구조 속에선 아티스트가 제대로 된 창작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그는 현역 가수로서 차마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의 치부를 세상에 공개했다.

신대철 씨의 글이 나가자 익명의 이름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자신을 인디밴드라 소개한 글쓴이는 "현재 인기가수는 아니지만 2002년부터 음반을 내며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것은 글쓴이가 공개한 디지털 음원 수익 내역이었다.

업체마다 요금제의 차이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멜론(로엔 엔터테인먼트)을 기준으로 음원 다운로드 당 17.5원, 음원 스트리밍 당 2원의 요금이 가수에게 지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괴감 섞인 목소리로 글을 이어가던 글쓴이는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음악인들에게 합당한 이익이 창출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 가수를 옥죄는 괴물로 성장한 디지털 음원 시장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이윤혁 사무장은 "디지털 음원 시장의 비극의 서막은 소리바다 논쟁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은 "당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음원 구조를 합법적인 유료 시장으로 안착하기 위해 정부가 초저가형 정책을 내세웠고, 그게 지금까지 이뤄져 온 것"이라며 지금의 사태를 분석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이뤄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가수와 제작사가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2원이란 숫자는 어디서 온 것일까?

국내에서 음악 한 곡당 다운로드 가격은 평균 600원. 온라인에서 음악을 판매한 음원 서비스 업체가 1차로 40%의 수익금을 가져간다. 이후 남은 금액에서 10%를 저작권자인 작사, 작곡자가 각각 5%씩 가져간다. 그러면 50%가 남는데 그중 44%는 가수와 함께 계약을 체결한 음반 제작사가 가져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6%를 실연자인 가수와 연주자가 3%씩 가져간다.

구조가 이러다 보니 결국 3%에 해당하는 수익인 다운로드 당 17.5원, 스트리밍당 2원의 금액이 나오는 것이다.

홍대 음악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서교자치회 이준상 회장은 "통신망사업자의 위치를 이용한 무제한 다운로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상 회장은 "음악 스탑 덤핑 운동 등을 하며 의식을 고취해 보기도 했지만 정책은 바뀐 게 없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특히 통신망사업자가 음악을 단순한 부가서비스로 생각하고 결합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부적합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3호선버터플라이 보컬 겸 기타리스트 성기완 씨. 그는 문화 음악산업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감시기구와 대안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컷뉴스
■ 가수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요율 배분

가수들 한결같이 수익의 40%를 가져가는 현행 구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 성기완 씨는 "단순히 음악을 진열해 팔기만 하는데 40%의 수익을 가져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현재의 디지털 음원 수익 구조에 문제점을 꼬집었다.

성기완 씨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원 서비스 업체가 최소한의 비용을 지급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원 산업 문제점에 대해 페이스북 글을 올린 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신대철 씨는 "직업으로 음악을 하는 가수가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다음 음악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쓴소리를 했다.

신 씨는 "예전 LP, 카세트테입, CD 시장에선 음악으로 성공 하면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음악을 하는 가수 이호준 씨는 "내 인생에 전부인 음악을 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음악을 위해 막노동, 아르바이트, 음악 강의, 공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며 현실을 비판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문화양성 차원에서 대학이 실용음악과를 양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강의 수입을 얻는 가수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양산된 친구들은 무엇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겠냐?"며 잘못된 구조로 접어든 현행 음악 생태계를 꼬집었다.

취재진은 가수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국내에서 최다 회원 수를 확보한 음원 서비스 업체인 로엔 엔터테인먼트(멜론) 측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로엔측은 초기 서면 답변을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끝내 서면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으며 공식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 부산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이호준 씨. 그는 지방의 경우 아티스트의 삶이 서울보다 더욱 열악하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 현실적인 배분과 새로운 정책이 이뤄져야

그렇다면 지금의 디지털 음원 시장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을 포함한 가수들은 단순히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많은 요금을 부과시켜서 해법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상품을 공급받을 권리가 있기에 소비자보다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 업체와 정부가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3호선버터플라이 성기완 씨는 "국내 디지털 음원 수익구조를 올바르게 조율해줄 감독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이 은행을 관리감독 하듯, 가수의 음악으로 유통 사업을 하는 음원 서비스 업체를 감독 할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성 씨는 "현실적으로 가수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음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대철 씨는 공정한 수입 배분을 위해 지난 7월 16일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 밴드 프리다칼로 보컬 김현 씨. 그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가수들이 지금까지 디지털 음원 수익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신대철 씨는 "음악가들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했다"며 음원유통협동조합의 취지를 밝혔다.

신 씨는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대한민국 디지털 음원 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바꿔 볼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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