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사랑과 평화, 자비를 들고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 분이 오신 날 하늘에서는 시원한 단비가 하루 종일 내렸고 모든 먼지가 씻겨 내려간 깨끗한 거리에 오랜만에 날씨도 시원하고 상쾌했다. 우리도 하늘도 마치 그 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듯하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일 뿐인데 그리고 교황이 단지 우리나라 땅을 밟았을 뿐인데 세상이 정갈하게 변한듯 편안하다. 개인적으로 천주교 신자도 아니고 교황도 텔레비전을 통해 봤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다. 우연인지 사건, 사고도 적은 평화로운 날들에 참으로 오랜만에 즐기는 행복한 느낌이다. 하얀 제의와 노란 리본을 단 교황의 미소에서 미래의 희망을 읽는다. 종교를 떠나 서서히 아픈 마음이 치유됨은 나만의 상념인지 모르겠다.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선 4.6m의 거대한 은빛 십자가, 햇빛에 반사되는 그 십자가를 멀리서 바라보자니 그저 몇 달 동안 우리에게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일들이 한참 지난 옛날일 같이 어슴프레 하다. 광화문에 걸린 노란 리본들, 상처받은 모든 영혼과 사람들 까지 모두 치유되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래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몇 달 동안 힘든 일들을 겪고 난, 아직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치유해 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때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흔들리듯 안타까운 눈빛만으로, 때로는 희망을 가지라는 표시인 듯 왼쪽 가슴에 손을 얹으며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 가슴이 아련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선물은 종교를 넘어 선 무한하고 깨끗한 사랑, 그리고 이를 통한 치유 인 듯 하다.
요즘 영화 ‘명량'과 이순신 장군이 여러 가지로 큰 관심거리다. 신기록 행진중인 관람자 수가 천만을 넘어 전체 영화 순위 최고에 오를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실제로 환생한 듯 공감되는 최민식의 연기도 화제다. 더불어 아산 현충사에 봉안되어 있는 장우성화백이 그린 화장 한 듯 고운 이순신 영정 보다 배우 최민식의 얼굴이 역사기록 속의 이순신 장군과 닮은 듯 느껴지니 그야 말로 최적의 주인공을 선택한 감독의 안목이 놀라울 뿐이다. 자칫 짜증 날 수 있는 명작인지 수작인지 졸작인지 등의 설전도 흥겹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감동을 주고 국민들의 마음이 치유됐다면 이 또한 명작의 조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감동은 생각보다 쉽게 구해지지 않으며, 우리나라 국민이 졸작에 표를 사거나, 맹목적인 애국심 만으로 줄서서 영화 보는 민족은 다짐하건데 절대 아님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명량 속 이순신장군은 영화 속에서 다시 환생하여 우리에게 불평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그 가치의 무게로 크나 큰 감동을 전한다. 사건, 사고가 아무리 일어나도 이 땅에 살아야 되며 그것도 지독하게 사랑하면서 살아야 되는 이유를 영화 전편에서 계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든 미래에 사는 우리가 또 다시 그로부터 치유를 받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큰 아이러니다.
반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제 현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에게 사랑하는 방식을 신앙과 태도로 직접 보여 주신다. 교황이 처음 우리나라에 오신 날, 공항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말씀하셨지만 우리 국민을 위로하고 사랑으로 치유하러 오신 듯 정겹고 반갑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 없는, 언제인가부터 실종된 어떤 종류의 정의를 애정과 사랑을 담아 조용히 전파하신다. 그 뜻이 변질되지 않고 천천히 우리 사회에 전파되고 만연되어 그 분의 방한이 헛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 본다.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확신과 올바른 길을 위해 삶을 산 분 들이다. 그 길에는 항상 사회적 책무가 개인의 이익 보다 앞섰고 희생과 검소함은 생활이었으며 민족애와 사랑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2014년 8월, 우리가 영웅을 그리워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이 순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과 감동, 이를 통한 치유를 우리에게 해주고 계신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진정성있는 사랑과 치유가 절실한 지금. 과거와 현재의 두 영웅이 꿈처럼 우리에게 나타났다. 그들을 통해 치유받은 우리는 국가와 민족은 물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깨달을 것이고 용서하는 너그러움도 배울 것이다. 살아야 되는 그것도 올바르게 잘 살아야 되는 필요성도 절감할 것이다. 이 여름 가장 아름답고 큰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