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과 무대가 하나되는 자리였다.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고, ‘타향살이’ ‘열아홉 순정’ ‘봄날은 간다’ ‘홍콩아가씨’ 등 귀에 익은 대중가요가 흘러나올 때면 함께 흥얼거렸다. 극의 흐름이 빨라 집중도가 한층 높아져 인터미션이 없음에도 불구, 지루하지 않았다.
내년이면 열 살이 되는 울산연극협회의 창작악극 ‘타향살이’가 올해는 지역색이 담긴 ‘계비고개’라는 이름으로 지난 주말 시민들을 만났다.
‘계비고개’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다 병영 3.1운동과 함께 일제 침략에 맞서 싸웠던 울산사람들의 이야기가 지역출신 가수 고 고복수의 ‘타향살이’와 오버랩 되면서, 50~70대 중장년층의 관람객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역에서 쇠부리 축제 추진위 사무국장으로, 연극협회 사무국장으로 각각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 남녀 주인공 정재화 씨와 허은녕 씨의 연기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애국지사 역을 맡은 정갑윤 국회부의장이나 독립투사 역을 맡은 이성룡 시의원의 연기는 어색했지만 전체적 스토리에서 무리함이나 거부감 없었고, 열정이 느껴졌다.
변사의 변신도 새로웠다.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아빠’로 잘 알려진 배우, 최주봉씨는 구수한 입담뿐 아니라 관객과 함께 그 옛날 추억어린 대중가요를 함께 불렀는데, 조명이 객석을 비춰 관객들의 합창을 유도하면서 관객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스토리는 더욱 탄탄해져 깊이가 더해졌다. 다만 일제의 폭압에 맞선 병영삼일운동, 만주 독립군, 위안부 문제 등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 남자주인공 ‘용우’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기 전 연인인 은이와 함께 있다 일본에 ‘너무 쉽게’ 잡히는 장면은 아쉬웠다.
무용과 노래(코러스), 연주도 돋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단순한 춤사위들이 친근하게 다가왔고, 극의 분위기와 잘 조화된 코러스의 목소리는 극의 전체흐름에 녹아들었다.
남자주인공 정재화 씨는 일부 노래를 직접 부르는 열연을 펼쳤다.
지역연극인 뿐 아니라 음악감독 정상수씨와 무용인 홍이경 씨를 비롯한 70여명의 지역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작품은 외부에서 들어와 ‘돈만 벌고 사라지는’ 일명 ‘먹튀’의 1회성 공연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시사 하는 바가 컸다.
아쉬운 점은 인터미션이 없는 1시간 50분 동안의 공연을 ‘지루함’없이 이끌어간 가장 큰 공은 우리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였던 만큼 너무 대중가요(기성곡)에 기대지 않았냐는 것.
주요장면에서 창작곡을 한 곡 정도 넣는다든지 대중가요의 좀 더 눈에 띄는 편곡이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