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우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

울산은 우리나라 불교의 전래 당시부터 매우 중요했던 지역으로 많은 사찰과 유물들이 조성되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신라 진흥왕(眞興王, 540~576)때 창건됐다고 전하는 동축사(東竺寺)를 비롯해 가슬갑사(嘉瑟岬寺), 태화사(太和寺), 반고사(磻高寺), 영취사(靈鷲寺), 망해사(望海寺) 등 10여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아 있는 사찰이나 사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은 몇 군데에 불과하다. 이외에 1984년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된 간월사지(澗月寺)가 유명하며, 조선시대에 중수된 가장 많은 유물이 남아 있는 석남사(石南寺)가 있다.

간월사지에는 금당터, 석탑, 불상들이 현재도 잘 남아 있는데,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은 울산에 있는 유일한 보물 370호이며, 발굴 당시 출토된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 등이 전한다. 간월사지는 현재 잘 정비되어 있고 금연구역으로도 지정되어 보호와 보존이 잘 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시멘트로 발라진 석불의 외형이라든지 불상에 맞지 않는 머리 부분을 조각해 원래의 석불 몸체에 올려 놓는 등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하다.

경주에는 많은 마애불이 남아 있는 반면 울산지역에는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어물동 마애불 단 한 구 뿐이다. 울산이 지닌 중요성과 경주와의 인접성을 고려하면 유난히 적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 조사할 기회가 있어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울산 마골산 불당골을 다녀 왔다. 울산 동구청에서 산을 따라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인적이 드문 암벽 한 가운데에 마애여래입상이 한 구 부조되어 있다. 인근에서는 약사불로 신앙되어 왔다고 하지만 약사불의 상징인 손에 든 약합은 부분적인 마모로 확인하기 어렵다. 얼굴 형상이 정확하지 않아 정확한 제작연대는 알 수 없지만 통일신라시대 8세기경, 늦어도 9세기초는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불당골 마애불은 화강암의 암벽을 다듬어 만들었는데 133cm 정도의 크기에 고부조와 저부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불상의 전체적인 실루엣이 무척이나 부드럽다. 현재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없어졌고 수인과 신체의 일부도 부분적으로 마모되었지만 남아 있는 형상에서 실제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불상은 햇빛이 잘 드는 좋은 위치에 서 있는데 얼굴 부위는 고부조인데 반해 신체는 서서히 낮은 저부조로 조각하여 마치 바위 속에서 화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햇빛이 비치는 시간에 따라 불상의 모습이 잘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평면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 실체가 오락 가락하여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우리의 조상들은 6세기말경부터 우리나라 정서와 조건에 맞는 화강암으로 불상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인도와 중국은 바위를 뚫어 석굴을 개착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애불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 앞에 목조가구를 설치한다면 우리나라만의 또 다른 석굴사원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화강암은 입자가 굵고 단단하기 때문에 정을 대고 망치로 한 점 한 점 돌의 입자를 떼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강한 돌의 성질상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을 영원성을 부여받게 된다.
한국인의 심성인 은근과 끈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완전성을 추가하는 것이다. 경주 남산의 많은 불상과 탑들이 화강암으로 제작되었고 현재 까지 잘 남아 있는 이유인 것이다. 산의 자연 암벽에 입체적인 형태로 사실성과 정신성을 부과하여 조각된 불상들은 시대에 따라 때로는 돌부처처럼 아무런 표정을 담지 않은 상을 만들기도 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사실적인 불상을 만들기도 한다.

울산 마골산 불당골의 마애불 역시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돌을 다듬고 불상을 만들어 영원함을 추구하고자 한 대상인 것이다. 비록 얼굴의 일부가 마모되었지만 부드러운 신체 표현과 적절한 비례에서 그 시대의 미의식과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화강암은 돌이 가지고 있는 차가운 성질과 단단함을 상징하는데 이 돌이 산 속에 있을 때 더욱 초월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 부터 바위 안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으며 이를 신앙하였다. 그리고 공간감으로 이루어지는 입체적 형태의 불상 즉 조각상이 산 속에 놓여 있을 때 그 존재감은 더욱 커지는 이유인 것이다.

마애불이 위치한 남목1동의 마골산은 경치가 아름답고 동네와도 그렇게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울산의 통일신라시대 마애불이 참으로 반갑다. 경주지역의 마애불처럼 그 규모가 굉장히 장대하지도 않고 섬세하지도 않으며 형태가 완벽하게 남아있지도 않지만 적절한 비례에 작고 친근한 모습이 오히려 더 정겹게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울산에 화강암으로 조각된 마애불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오랜 풍화로 표면이 박락되는 등 마멸이 진행되고 있어 아쉬웠는데 다행히 울산광역시와 구청에서 이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니 그것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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