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평소 과격한 말을 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 ‘단두대’, ‘혁명’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도 일본의 20년 불황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되고 있다. 지나친 규제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총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의회 등 상공계는 한목소리로 규제철폐를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제 지방순회를 하면서 규제개혁에 팔을 걷어 붙였다. 행정자치부는 1일 부산시와 울산시가 공동 참여하는 규제개혁 끝장토론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5건을 해결하고 626억 원의 신규투자와 66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규제개혁에 시간과 절차가 많이 소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향식 일괄정리 방식인 ‘규제 길로틴’제를 적용했다. 정부부처 관계자와 민간전문가가 한자리에서 기업 애로를 듣고 즉시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의 규제개혁 처리 과정에 비춰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울산 공단에서 종이·펄프를 생산하는 무림 P&P는 중수도 시설을 설치해 공업용수 9만톤 중 3만톤을 재이용하고 있지만, 내년 1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재이용하는 물도 공업용수 수질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규제개혁 사례로 들었다.

무림은 “기업별 제품생산을 위한 적정 수질이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공업용수 수질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규제개혁을 호소했고,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직접 현장까지 방문해 이 업체의 애로를 해결하기로 했다.

배석한 환경부도 이와 관련, 중수도 시설을 자체 설치해 공업용수를 재이용하는 경우 이 규칙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날 규제 개선으로 시설투자비 100억 원과 연간 운전경비 47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또 온산공단 환경관리협회장은 이산화황(SO2) 저감을 위해 액체연료(벙커 C)와 기체연료(LNG)를 병행 사용하면 더 강한 기준인 기체연료 배출기준(100ppm)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결국 액체연료(1800ppm)를 사용하게 된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액체연료와 기체연료를 병행사용 시 액체연료 배출기준(1800ppm) 범위 내에서 배출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밖에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 종합정비업 허용을 주문하는 등 각종 규제개혁 요구가 쏟아졌다.

토론회에는 또 규제가 개선된 우수 사례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시 건축조례의 조경의무 면제 기준이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염분 함유량이 조경수의 생육에 부적합한 대지의 건축물로 명시됐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울산시는 감사면책 결정을 통해 우선 건축허가를 진행하고 향후 조례개정을 추진하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이 금지됐던 사카린을 이달부터 아이스크림 등 기호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행정고시 등은 경제정의에 역행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