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당 훈장은 아이들 가르치는일외에 일기예보도 담당했다.
종소리가 탁하거나 무거우면 비요, 맑고 낭낭하면 맑을 조짐이다.
이런 식으로경험을 바탕으로 유심히 봐뒀다가 날씨를 물으러 오는 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해의 남북에 흐린 부위를 귀라고 하는데 남쪽 귀는 날을 맑게하고, 북쪽 귀는 비를 부른다.
닭이병아리를 업으면 비가오고, 까치가하늘을보고 울면 맑으며 땅을보고 울면 비가 온다.
고양이가 풀을 먹으면비가 올 조짐이라는 등장·단기 날씨를 미리아는 체험방이 꽤 발달해있어잘써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기상이변이 죽 끊듯해 옛날 체험방만으론예보가 어림없다.
기상청은 올해 엘니뇨현상이7월말께나타날것으로예상했지만 실제 엘니뇨는 6월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상이변의 주범인 엘니뇨(El Nino) 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The child) 또는‘아기예수’를 의미하는 말이다.
엘니뇨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62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세계지리학회에서 페루 뱃사람들이 이곳에 이례적으로 흐르는 따뜻한 해류를‘엘니뇨’라부른다고발표하면서부터다.
엘니뇨는 역사의 흐름도 바꿔놓았다.
절대 왕정을 무너뜨린 18세기 프랑스 혁명도 알고보면 엘니뇨 때문이라는 주장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연구에따르면프랑스혁명기였던1789년~1793년사이엘니뇨현상이강하게발생했다.
그영향때문에유럽전역의 농사는 흉작에 시달렸으며 굶주리던 국민들이 왕정에 저항하고 나서 프랑스혁명이시작됐다는것이다.
올 여름 한반도 날씨는‘삼국시대’를 맞았다.
동해안은 저온현상, 남해안은 지루한 장마, 수도권과 영서지역은 무더위 속에 지루한장마로 시달려야 했다.
특히 밑도 끝도 없이이어지고 있는 장마와저온현상이 수확기를앞둔 농작물을 공격하고 있다.
벼는 일조량이 줄어들면 쭉정이 뿐이고 과일은 당도가 떨어져 맛이 없다.
또한최근의온난화현상은한반도‘과일지도’를 바꾸고 있다.
기온이 가파르게상승하면서 아열대 작물 재배한계선이 북상해 서늘한 강원도 양구지방에서멜론이주렁주렁열리고있다.
따라서 하로동선(夏爐冬扇·여름의화로와 겨울의 부채)은 이제 흘러간옛말이 될 것 같다.
시기에 맞지 않는행동이나 물건을 뜻하는 이 고사성어가무색할정도로여름철에보일러회사들의 판촉 경쟁이 뜨겁다.
찬바람이불기 시작할 때라야 보일러 신제품이나오던 예년의 풍경과는 크게 다르다.
반면에어컨과빙과류가게의올여름장사는 헛장사가 됐다.
그래서 불황보다 더 무서운 게 날씨라는 얘기가 들린다.
김병길 주필·편집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