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흠 변호사

산자락 밑에 새롭게 준공된 울산지방법원의 자태는 고풍스러움과 아늑함을 함께 뽐내고 있다. 구청사에서 연일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던 법정의 풍경은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새롭게 단장한 신청사에서 당사자들의 뜨거운 권리항변으로 달구어질 것이다. 필자는 재판 진행을 위해 경사 높은 울산지방법원의 오르막길을 오가는 노정에서 가끔 세 인물을 떠올리곤 한다. 페르마, 솔로몬,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포샤. 그들의 모습은 세 조각이 되어 내 가슴속에 아로 새겨져 있다.

페르마의 수학적 재능은 후대에도 널리 전승되어 그가 증명한 수학법칙은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 증명법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수학자들은 자신의 천재성을 뽐내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 수식 X^n+ Y^n =Z^n에 관해 n>=3일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고안해낸 그의 직업은 재판관이었다.
그는 재판업무를 하는 틈틈이 종이에 낙서를 해가면서 대수학 법칙을 창안했는데 이 사실을 발견한 기쁨을 담은 내용을 친구에게 편지로 보내었지만 아쉽게도 그 증명과정은 생략하였다. 판사출신인 페르마는 필시 재판보다는 수치해석에 관한 연구에 더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성서에 기록된 솔로몬이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두 기생은 각자 자기 아기를 품고 한방에서 잠에 들었다. 깨어보니 한아기는 죽었고 한아기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누가 산아기의 친모인지 두 엄마가 다투는 법정에서 솔로몬은 아기를 칼로 반 틈 나누어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라는 판결을 내린다. 이윽고 한 여인이 아기를 죽이지 말라는 흐느낌 속에 다른 여인은 그렇게라도 해 아기를 나누자는 제의를 한다. 재판관은 친모가 누구인지 금세 알아채버린다.

마지막으로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상인에 등장하는 포샤의 명판결 장면이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절친한 친구 ‘베사니오'로부터 큰 돈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받게 되고 자신의 신용을 보증으로 유태인 갑부 ‘샤일록'에게 300다켓의 돈을 빌리게된다. ‘안토니오'와 앙숙인 ‘샤일록'은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위의 1파운드 살을 담보로 할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우는데 이를 승인한다. 변제기일이 다가오고 다급해진 안토니오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결국 법정에 서게 되는데 마지막 판결을 앞두고 심장가까이 도려낼 살1파운드 무게만큼이나 그의 심장은 에이는 듯한 떨림으로 두근거린다.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면서 의기양양하게 판결을 기다리던 샤일록. 그런데 뜻밖의 판결이 내려진다. 판사 포샤는 '살 1파운드는 증서대로 잘라도 좋지만 증서에 씌어 있지 않으니 한 방울의 피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재판은 안토니오의 승리로 돌아가게 되고, 재판관인 포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선량한 시민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죄에 대한 벌로 샤일록의 전재산을 몰수할 것, 그 재산을 베니스와 샤일록의 딸에게 분배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위 세 인물들의 공통점은 법률가로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각자 자신들의 혜안을 짜내어 지혜로운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오늘도 법조인들은 신성한 법정에서 판결을 내려 각종 오염된 사회적 문제와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보이는 현실만으로써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명제를 전제로 재판이 진행되고 변론이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인간 인식의 한계 속에서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좀더 실체적 진실의 속살을 만질 수 있는 지혜는 없을까하는 아쉬움도 가져본다. 예를 들면 원고가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기에 패소할 수밖에 없다는 상투적인 판결만이 양산된다면 어떻게 당사자들은 공정한 판결로 수긍할 수 있을까?

아직 초임변호사의 티를 벗지 못하고 세상의 험난한 세파를 겪어 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진실을 추구하고 그것에 목말라 있는 자에게 결국 정의의 저울도 기울어진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소박한 믿음의 근거는 포샤와 솔로몬 그리고 페르마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새롭게 단장된 법원과 함께 법조인들의 성숙된 지혜와 혜안도 새롭게 채워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한층 더 성숙되고 고양된 판결문이 쏟아져 나오는 울산지방법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새롭게 단장한 이곳 재판정 마다 한국법원이 서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법조인들이 재판을 진행하기를 기도한다. 신선함과 참신성 그리고 독창성이 꽃핀 공정한 재판을 통해 울산시민에게 만족도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새 법정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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