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되는 경우는 전체 사고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는 시민이 신고하지 않는 한 90% 이상은 업체가 알아서 사고를 처리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실제 최근 3년간 전국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119 출동신고 건수는 2011년 1,569건, 2012년 2,108건, 지난해 2,112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전국 공사장 사고 재해 건수는 2011년 2만1,958건, 2012년 2만2,425건, 지난해 2만2,644건 등으로 119 신고보다 연평균 10배가량 많았다. 해마다 안전사고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여 허탈할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현행법상 건설사는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고용노동부에 보고하게 돼 있어 이미 발생한 사고를 완전히 ‘은폐'할 수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119를 외면하고 계약된 사설병원에만 환자를 보내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물론 업체는 119에 신고하면 언론에 바로 노출돼 관계기관으로 부터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고 지정병원을 이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기 일쑤다. 하기야 불가피한 사정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소방서가 바로 인근에 있어도 먼 거리에 있는 지정병원에만 연락하는 바람에 응급 대처에 헛점을 보인다는 건 어리석고도 불행한 일이다. 지난 16일 서울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사고 건설사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보다도 두 배 먼 거리에 있는 지정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119 신고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119신고를 하지않아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은 119에 신고가 들어가면 자동으로 사고를 파악해 더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뻔히 알 터이다. 하지만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나면 가장 신속하게 조치하라는 지침만 있을뿐 119 신고 의무 규정은 없어 특별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하니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하는 공사장에서는 119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소방 관계자들의 증언을 감안하면 당국이 정말로 대규모 공사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할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공사장 재해의 119신고 저조는 기업가와 근로자를 막론하고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식구조에 기인하는 경향이 크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고치고 오히려 더 망가뜨리는 격인 셈이다. 안전과 복리, 사회공헌 등 간접업무를 경시하는 기업경영은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수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