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가 사내하청 특별협의 잠정합의안(8.18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후 ‘노노(勞勞)갈등’이 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현대차 울산 사내하청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노노갈등 원인은 금속노조의 8.18 합의안 존중
22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대차와 현대차 정규직 노조, 현대차 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고용하고, 2016년 이후 직영 정년퇴직자 등 대체소요 발생 시 하청근로자의 일정비율 정규직 고용 등에 합의(8.18 합의안)했다. 당시 교섭 주체중 하나였던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울산지회가 불참했다는 이유로 특별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특별협의안에 울산지회를 지지하는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금속노조는 특별협의 합의안을 존중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금속노조 측은 “지난해 8월 18일 교섭에 돌입한 현대차 지부(정규직)와 전주·아산비정규직지회가 사측과 합의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불법파견 평가 관련 수정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우리 내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울산지회, 금속노조 사무실 집기류를 빼낸 초유의 사태 발생
이는 노노갈등의 발단이 됐다. 지난 14일부터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농성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는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합의안 존중 폐기 △금속노조기관지 수거 △위원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측은 ‘합의안이 도출된 회의를 존중한다’라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울산지회는 지난 20일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과 위원장 사무실을 잇따라 점거했다. 울산지회 측은 오는 3월 3일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지속적으로 농성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와 울산지회 서로 비판
울산지회의 금속노조 사무실 점거가 알려진 이후, 금속노조 내부에서는 ‘하급단체가 상급단체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지회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울산지회의 사무실 점거가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될 것이라며 농성 철회를 바라고 있다.
금속노조 김선규 대외협력국장은 “울산지회는 합의안 자체를 금속노조가 인정했다고 주장하는데, 금속노조는 단지 8.18합의안이 도출된 3주체의 회의를 존중한다는 것 일뿐이다”며 “사무실을 점거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사무실 집기류를 빼내는 행위는 처음있는 일이다. 이 부분은 분명히 지탄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회는 무조건적인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금속노조는 이번 주까지 사태를 지켜보며 지회와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한다”며 “하지만 사무실 점거 등 농성이 지속된다면 추후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오히려 8.18합의안을 인정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게끔 만들뿐이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비판 어조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막장’이라는 한 조합원은 “15만 금속노조 위원장실 집기는 현대차 비지회 조합원들에 의해 밖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당시 금속노조 간부들은 점거 행위를 막지도 못하고 일부 지회 조합원들은 여성 금속노조 간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된 이유를 떠나 폭력행위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고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는 지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금속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금속노조를 탈퇴해야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아이디 ‘조합원’이라는 울산지회 조합원은 “이쯤되면 금속노조 있을 이유가 없다”며 “더 이상 금속노조에 희망은 없다. 조합원 찬반투표로 금속노조 탈퇴합시다”는 뜻을 나타냈다.
◆노동계, 비정규직 문제 대화로 해결해야
지역 노동계는 금속노조와의 갈등이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에게 투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유일하게 3개 비정규직 노조 가운데 합의안 도출에 참석하지 않은 울산지회만 비정규직 문제의 난제를 계속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지지 세력이었던 금속노조와도 마찰을 빚어 사실상 홀로 투쟁해야하는 국면에 처했다”며 “울산지회가 정규직 인정을 받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지회가 아산, 전주 지회처럼 투쟁보다는 회사 측과 ‘대화’로 합의점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이제 울산지회도 투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현실을 감안하고 양보하는 자세로 회사와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해야한다”며 “무조건적인 입장을 내세우기만 하면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