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흠 변호사

몽테스키외는 3권 분립 원칙의 주창자였다.

그의 이론에 따라 현대 민주주의 정치세계의 기차는 권력분립 원칙의 철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고자 권력기관의 권한을 의도적으로 분점화시키고 서로 견제작동을 할 때 비로소 권력은 균형을 이루고 비로소 그 기능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권력기구 가운데 권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입법부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국민과의 소통과 상호 교류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유통될 때에 비로소 제 기능을 하게 되며 무엇보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자진 해산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정치시장에서 특정 정당이 제공하는 공급(그것이 정책이건 서비스이건 간에)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수요가 사라져버려 수요·공급곡선 간의 교차점이 형성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해산 또는 파산의 길을 가게 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당의 자생력과 생존력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의 결정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판단되어야만 할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를 위협하지 않는 개인 혹은 정당의 자유는 최대한 신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공리를 토대로 판단해 볼 때 우리 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사법기관의 결정에 의해 입법부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정당의 해산 절차가 진행된 사실은 초유의 사태임이 틀림없다.

친북적 성향을 넘어 다소 과격할 정도로 종북적 성향을 보였던 통합진보당은 특정 모임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국가에 대해 내란과 음모를 기획하고 결성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표출하는 등과 같은 이유에서 일반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탓인지 각종 갤럽조사에 응한 65% 상위 국민들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반면 어떤 헌법학자들은 통합진보당 전체가 헌법질서를 위협하고 국가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며 자유민주주의가 튼튼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정당해산심판의 결정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퇴행적 조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의 이 같은 의견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헌

법재판소의 결정에 반기를 든 헌법학자들의 반대 논거는 통합진보당 일부 국회의원의 국가 전복적인 행위를 전체 국회의원의 정치행위로 판단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구성원들의 정치행태를 정당 자체의 정강 및 정책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한 의문부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의문부호에 대해 다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당 내부의 현실은 과연 민주적이며 정당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비록 과거 일부 보스들의 의견에 따라 정당의 견해가 결정되었던 구태에서 벗어났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주도적인 지도층의 의사 또는 다수파의 결정에 자신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따라가야 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국회의원 그 누구도 소속정당의 정책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없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되고 있는 정치 시스템에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선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그 정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주도적 의견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하여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직접, 평등, 비밀, 보통선거의 원칙과는 별도로 자유선거의 원칙이 보장되고 상대방 정당의 정책이 소속 정당의 주류적인 견해와 다르다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고 국회의원 자신의 정의관과 일치하는 것이라면 지지를 표명할 수 있는 정치환경이 보장되어야만 정당내부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되고 진짜 민주주의 초상화가 그려질수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기류는 지금까지 진보 정당의 기치 아래 북한 인권 결의 반대, 대한민국 건국이념 부정 등과 같이 그들만의 진보색깔을 국민들에게 강요했다는 점에서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통합진보정당의 당 운영은 우리나라의 여타 정당 구조와 다를 바 없어 당의 의사가 곧 당원의 의견이고 특정 여론 주도 정치인의 견해가 당의 정책이 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이 제공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쉽게 허물어트렸고 자본주의 체제를 경멸하는 자기학대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반대한 당원도 구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주의 철로를 이탈하고 말았다. 결국 이번 헌재의 결정은 당내민주주의가 소진된 어떤 정당의 대외적인 활동이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반기로 점철된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