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의 불법유출이 도를 넘고 있다. 대기업에서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등 기술유출의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기업을 떠나 국익과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기술의 해외유출로 정부는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가 하면, 회사와 동료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기술과 정보를 경쟁업체에 팔아넘기는 얌체족들도 기승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6일 처우에 불만을 느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다니던 회사의 기술과 입찰 정보 등을 빼돌린 이모(51)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기술이사로 재직 중인 울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무인운반차(AGV) 시스템의 설계도면, 운영 매뉴얼 등을 빼돌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회사가 대기업 베트남법인의 AGV 구매계약에 입찰한 것을 알고 입찰금액 등을 경쟁업체에 알려줘 경쟁업체가 낙찰하도록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기술이사라면 한 회사의 명운(命運)을 거머쥔 핵심 요직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기술력이 곧 생존이라 하는 시대에 기술이사의 역할은 회사의 존폐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씨가 기술과 정보를 경쟁업체에 빼돌리고 다음 달 경쟁업체로 이직했다면, 다니던 회사를 망하게 하고 간 것이나 다름없다. 경찰은 “이씨가 유출한 기술과 입찰 정보로 해당 기업이 50억 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며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처우에 불만이 있으면, 사주에게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 이는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근로윤리라 할 수 있다. 경찰이 불구속 입건한 기술과 정보 등을 넘겨받은 경쟁업체 대표 박모(31)씨도 상도덕을 망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감에서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끼고 있는 대전지검 관내에서만 최근 5년 간 96건의 기술유출 범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들 기술유출 사범 가운데 23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4명을 약식 기소했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당시 “기술유출 사건은 해당 기업의 손해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국부유출과 국민경제 피해를 초래한다”며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들에 의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기술유출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역량과 전문성 강화 등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어 대전지검의 기소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이 더 심각하고 그 피해도 큰데 약자 보호라는 검찰의 사명감이 기술유출 사건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울산에서의 이번 기술 빼돌리기 사건 역시 불구속 기소가 아닌 구속기소로 강력하게 대처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하나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인력 등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또 공사수주를 위해 뛰어든 입찰에서 입찰정보가 경쟁업체에 새어나간다면 경영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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