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환 울산 삼산지구대 경장

지난 설명절 때이다. 한 할아버지께서 주간근무 중인 지구대를 찾아왔다. 택시도 잡히지 않고 장애인콜택시도 오지 않아서 그런데 집까지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유사한 경우를 익히 봐 온 터라 거절하려는 순간 손에 들린 흰지팡이와 초점이 풀린 눈동자를 보게 되었다. 그 할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순찰차로 집까지 모셔드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흰지팡이'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소개한다. 1931년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개최된 국제 라이온스 대회에서 흰지팡이의 기준이 설정되었다. 이후 1980년 세계맹인연합회가 10월 15일을 ‘흰지팡이의 날'로 공식 제정해 각국에 선포했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며 어떠한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도구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에서 흰지팡이에 대한 규정이 마련된 것은 1972년 도로교통법에서이다. 도로교통법 11조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흰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동법 49조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흰지팡이를 가지거나 맹인안내견을 동반하고 도로를 횡단하고 있는 경우 모든 운전자는 그들을 보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당시 나는 그 할아버지를 지구대에서 순찰차까지 그 짧은 거리와 두 개의 계단을 내려가는데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할아버지가 흰지팡이를 두드리며 천천히 걷자 습관적으로 할아버지를 부축해드렸던 것이 오히려 할아버지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 시각장애인과 같은 방향으로 반보 앞에 서서 자연스럽게 팔꿈치를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이 때 팔의 각도를 90도로 구부려 유지하여 시각장애인이 안내인의 팔꿈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안내자는 이동시에 “이동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시각장애인의 보폭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동하면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계단 등 장애물을 만났을 경우 “계단입니다” 또는 “장애물이 있습니다”라고 알려준 뒤 안내자가 먼저 계단을 오르면 시각장애인은 안내자의 팔꿈치의 위치변화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 안내자는 열중쉬어 자세로 뒤로 뻗어주면 시각장애인은 그 상황을 알게 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팔꿈치를 잡고 있던 시각장애인의 손을 자연스럽에 도착지의 문이나 사물에 인계하고 안내를 종료하면 된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 위에 설치된 황색에 두 줄의 선이 있는 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눈이다. 그런데 간혹 인도 위에 불법으로 주정차를 하거나 또는 그 블록 위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시각장애인들의 눈을 방해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만약 흰지팡이를 두드리면서 걸어가는 시각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사랑의 팔꿈치를 내밀어보자. 그럼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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