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울주군 서생면의 한 애견훈련소에서 지난 석달동안 50여마리의 개가 폐사됐다. 애견훈련소는 인근 철도 공사현장의 소음과 진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동해남부선 울산~부산 복선전철화 터널공사장 인근 애견훈련학교에서 공사기간동안 개 50마리가 폐사해 “공사소음 때문”이라는 학교 측과 한국철도시설공단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필애견훈련학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건설사인 한라건설에 울산~부산 복선전철 제6공구 공사 중 온곡터널 굴착공사를 중지시켜달라는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울산지법에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25일 밝혔다.

학교 측은 “약 400m 떨어진 곳의 터널 굴착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개들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받아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학교는 재난구조견과 산악구조견, 마약탐지견, 사체탐지견, 경찰견 등 특수목적견과 견주가 맡긴 애견 등을 훈련시키는 전문 업체다. 몸값이 비싼 개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애견학교 이채원 소장은 “지난해 6월부터 터널굴착공사가 시작됐고 심야 등 24시간 폭파 및 굴착이 진행되면서 훈련견들에게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훈련견들끼리 밤새 싸워 귀가 뜯겨나가고 철망을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돼 있기도 했고 모견이 사산하거나 불안감 때문에 모유수유를 못해 새끼가 굶어 죽는 일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급기야 12월부터는 훈련견들이 스트레스성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폐사하기 시작했다”며 “일반적으로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개 피해’의 수인한도는 소음의 경우 60dB, 진동의 경우 57dB인데, 우리가 측정해본 공사장 주변의 소음정도는 각각 76, 77dB로 한도를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개들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음과 진동이 야간에도 들려오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먼 곳에서부터 점차 가까워지자 극도의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 이전부터 개들의 청력은 사람의 50배일 정도로 청각기관이 예민하고 저음의 경우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전문기관에 용역을 실시해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견학교의 일부 부지는 철도부지에 포함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보상절차를 진행했으나, 학교 측은 ‘감정평가사가 훈련견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사유로 거부해 감정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시행자의 출입조사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온곡터널 굴착공사는 이 같은 애견학교와의 마찰 때문에 지난 1월 초부터 현재까지 두 달 넘도록 중단돼 있다. 

동해남부선 울산~부산 복선전철화는 2014년부터 2017년 말까지 총사업비 약 2조3,500억원을 투입해 총길이 65.7㎞(울산 26.7㎞), 총 22개 역에 걸쳐 복선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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