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하고 가련한 팔자(八字)를 비유한 말에 ‘호박 잎 고인 물에 빠져 죽을 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팔자’는 사주팔자(四柱八字)에서 유래한 말로, 사주(四柱) 즉 태어난 해, 달, 날, 시간을 간지(干支)에 대입한 것이다.

역학에서는 이 팔자 속에 사람이 타고난 한 평생의 운수가 정해져 있다고 본다. 흔히 ‘팔자 도망은 못한다.’ ‘팔자는 독에 들어가서도 못 피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운명을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팔자 타령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고 소중하다. 어떤 유형의 팔자든 변화와 순환을 만들어 내려면 일단 내가 가진 기운을 아낌없이 발휘해야 한다. 누구나 몸과, 재물과 능력, 마음, 이 세가지는 지니고 있다. 많든 적든 높든 낮든, 이것들을 기꺼이 발휘할 준비를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 좋은 운이 오기는 어렵다. 재물과 능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 팔자를 바꾸겠다면 무리다. 또 마음을 꽉 닫아 버리면 운(運)은 막혀 버린다. 복을 받고 운을 맞이하려면 요즘 말로 신선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고유한 용신(用神)을 닦아야 한다. 용신은 사주명리학의 하이라이트다. 용신이란 내 사주의 태과불급을 순환시킬 수 있는 방편을 말한다. 용신을 닦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습관과 동선, 감정의 흐름 등을 잘 읽어야 한다. 용신이란 일종의 거래다. 존재와 운명, 그리고 우주 사이의 거래, 거래란 모름지기 깔끔해야 한다. 또 재물이든 사람이든 원하는 게 있을 때는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줄 알아야 한다. 이것을 까먹으면 용신은 부적이나 싸구려 술수로 전락하고 만다.
일본 최고의 경제금융교육전문가 이즈미 마사토는 “부자가 되려하기 이전에 돈을 다루는 능력, 즉 자신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돈과 기회를 준다 할지라도 자신의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다.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지 않고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두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저는 중학교 밖에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소득세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저는 운이 좋은 사람 일 뿐입니다.” 11년 연속 일본 개인납세 랭킹 1위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사이토 히토리가 『부자의 운(運)』이라는 책에서 말한 고백이다.
그는 ‘운세(運勢)’라는 말은 움직이는 기세라고 했다. 따라서 속도를 높여야 운도 함께 상승한다. 따라서 자신의 성공 운과 재물 운 등을 최대치로 높이고 싶다면, 빠른 기세로 맡은 바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록펠러에게 사업 성공비결을 물었더니 그도 “첫째도 운, 둘째도 운, 셋째도 운”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록펠러까지 이렇게 ‘운 타령’을 했다니 쉽게 부정하기도 어렵다. 인간사의 모든 것은 논리적으로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신탁과 계시로 해명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을 한다고 사업에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안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합리적인 노력이 별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사업은 데이터와 분석만 가지고는 파악이 안되는 운이라는 것이 작용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 사면초가에 몰린 경남기업은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해외건설 면허 1호’ ‘해외건설 진출 1호(비공식)’ ‘주식시장 상장 1호’라는 3관왕 타이틀을 가진 회사이기도 하다. 1951년 대구에서 경남토건이라는 간판을 내건 정원성 회장, 신기수 회장, 김우중 회장, 그리고 성원종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 주인이 바뀌며 영욕의 세월을 겪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1982년 건설 수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우리의 일터에는 해가 지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낼 정도였던 경남기업은 지난 15일 상장 42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마침내 지난 7일에는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자수성가 기업인 성완종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끝은 치욕적이다. ‘정경유착’의 대표로 존망의 기로에선 경남기업이다. 64년 동안 4명의 주인이 바뀌면서 워크아웃만 3번 졸업하면서 기사회생했다는 경남기업은 ‘금단의 열매’ 로비로 흥하고 로비로 망하게 됐다.

‘운을 타고나 일본개인납세 랭킹 1위가 됐다’는 사이토 히토리나 ‘첫째도 운, 둘째도 운, 셋째도 운’이라고 말한 록펠러처럼 성완종 전 회장에게도 한때 운은 따랐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는 골몰했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 가는 골몰하지 않았다. 돈과 운이 만능은 아니지만 돈과 운을 다루는 방법을 알거나 바꾸면 사람팔자도 기업의 팔자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기업(企業)’의 ‘기(企)’자는 사람 인(人)에 그칠 지(止)이다. 사람이 머물면서 업(業)을 일으키는 것이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의 팔자는 오너의 팔자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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