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이체만 없다면 거래은행을 바꿔버렸을 텐데”라고 한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해답을 주는 것이 바로 계좌이동제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각 은행마다 별도의 T/F팀을 구성하여 동 제도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이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여념이 없다.
계좌이동제 관련 은행 계좌수가 2억개, 자동이체건수가 26억건에 달하고 동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관련 예금 225조원의 은행간 대이동이 예상되는 등 하반기 이후 금융시장 주요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좌이동제의 개념, 추진 경과, 도입 배경, 외국의 도입사례, 은행권 및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옮기면 B은행이 주도해 기존 계좌에 연결되어 있던 신용카드 대금이나 공과금 등 자동이체를 새로운 계좌로 일괄 변경하는 제도를 말한다.
1단계로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인 payinfo.or.kr에서 공인인증서로 본인 확인 후 본인 계좌에 걸려 있는 출금이체정보를 조회·변경·해지가 가능하고, 2단계는 11월부터 납부자 자동이체서비스가 본격 실시되고, 2016년부터는 은행 창구에서도 계좌이동 신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법인계좌 및 잔액이전업무는 도입을 검토 중에 있으며, 급여이체 등 입금이체 업무와 동일 계좌번호를 유지하면서 거래은행을 교체하는 계좌번호 이동제 등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계좌이동시 계좌번호가 변경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제도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은행간 결제성 예금 유치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의 실질적인 금융기관 선택권 확대를 통한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고, 고객의 필요에 의해 거래은행을 변경하여 주거래계좌를 옮기게 되면 자동이체 등을 일일이 직접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그 동안 추진 경과를 살펴보면 2013년 11월 금융위원회의 계좌이동제 도입 방침 발표 이후 2014년에는 적용대상 업무 범위를 확정했고, 2015년에는 출금이체 통합관리시스템(www.payinfo.or.kr)을 개발 중에 있다.
외국의 경우 EU는 은행 등 금융회사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계좌이동제를 시행하였으며, 호주도 2012년 7월부터 은행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동 제도를 도입한 바가 있다. 영국에서는 2011년 동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작년 9월부터는 ‘Switch Guarantee’프로그램을 통한 계좌이동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계좌이동제 도입 효과가 다소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개인금융 부문도 기업금융과 마찬가지로 주거래은행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거래은행 변경에 따른 이전비용이 높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9월부터 동 제도가 시행된다면 은행권 및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첫째,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및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우대와 수수료 면제 등 은행간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은행간 고객유치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기존 고객 이탈 방어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 비용 증가와 수시입출식 통장의
저원가성 예금이 원가성예금으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입출식예금의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리스크 증가가 예상된다.
셋째, 은행별로 대고객 마케팅 성공 여부에 따라 경영성과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은행간 공정경쟁체제의 도입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의한 은행산업의 재편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넷째, 금융소비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 금리 및 수수료 등 가격변수들이 정책당국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경쟁원리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이 대폭 확대되고, 은행간 고객 유치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고객에게 제공하는 각종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익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은행권의 대응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동 제도 시행에 대비한 다양한 신상품 출시이다. 각 은행마다 입출금통장과 신용카드, 여신상품을 결합한 패키지상품을 개발 중에 있으며, 계좌이동 시나리오에 따라 서비스 수준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고객만족(CS=Customer Satisfaction)활동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고객들은 즉시 거래은행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CS 활동을 강화하고, 장기거래 고객에 대한 다각적인 우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차판매 대폭 확대이다. 타행으로 이탈시 자동이체 수수료 부담 등이 발생하는 적립식상품 및 신용카드 등에 대한 교차판매 확대를 통하여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계좌이동제 실시 후 실제 얼마나 많은 이동이 발생할지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나, 은행간 상호견제로 계좌이동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계좌이동률이 5% 내외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계좌이동제 실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 변경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