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3일 울산시가 주관한 울산시립미술관건립 자문위원회 개최 후 위원들 간에 입지의 적합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미술관 위치를 옛 울산초등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가 아닌 북정공원 쪽으로 옮겨 짓겠다는 울산시의 설명에 대해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몇 차례 위치변경의 불가피성에 대해 알렸지만 공식적인 자문위원 회의에서 거론된 것은 처음이었다. 미술관 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 과정에서 조선시대 객사 유구들이 잘 보존된 상태로 남아 있고 역사적 가치가 높다보니 이곳에 미술관을 짓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을 많이 했다.
건립 가부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다행히 지난 5월 11일 문화재청에서 주관한 발굴현장 회의에서 객사의 주요건물인 학성관, 제승문, 남문루의 기본 축을 살려 건물을 배치한다면 미술관 건립이 가능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이 있기까지는 울산시의 강한 건립의지, 관계자들의 선제적인 대응과 설득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미술관 건립 부지는 지난 2012년 9월 수많은 논란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결정되었다. 그동안 미술관 건립을 위해 수많은 행정적인 절차가 진행되었고 상당한 예산도 투입되었다. 주변에는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소규모 공연장과 갤러리 등 각종 문화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만약, 다른 곳으로 부지를 옮길 경우 처음부터 이러한 모든 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하고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전제로 주변지역에 투자한 지역주민들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만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울산시는 이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6월 11일 현장에서 미술관건립자문위원 회의를 다시 개최했다. 현장 회의에서 자문위원들도 대부분 울산시의 입장에 동의했으며 북정공원 쪽으로 이동한 울산시의 대안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실측해 본 결과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울산은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미술관이 없다보니 수년 전부터 지역 예술인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이 미술관 건립을 갈망해 왔다. 이러한 바램 끝에 어렵사리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구 울산초등학교를 미술관 건립 부지로 정했다.
미술관 건립 부지를 정할 당시 100년이 넘게 졸업생을 배출해 온 울산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주변 주택가는 쇠퇴하고, 70~80년대 호황을 누리던 성남동 일대의 상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빈 점포가 줄을 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원 도심은 신도시로 상권이 이동되면서 슬럼화 되고 인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한 사실들이 현실로 나타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울산초등학교가 미술관 건립부지로 결정된 이후 원도심의 유동인구는 5배 이상 증가하였고, 문화의 거리 일대는 각종 갤러리와 극장, 카페 등이 속속 입주하고 있고 예술인을 중심으로 각종 문화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 않은가?
미술관 효과가 이처럼 크게 나타난 사례는 전국에서 울산이 유일할 것이다. 젊은 시절을 울산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원 도심과 관련한 추억 한 두 개 쯤은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원도심에 가서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만들고 싶어 한다. 원도심은 울산시민의 정서적 고향이라 할 수 있으며, 미술관 부지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미술관 건립부지에서 객사 유구가 발굴된 것이 다행일수도 있다. 산업화로 인해 울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건축물이 거의 사라지고 없는 터에 미술관 건립을 계기로 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서 객사관련 유구가 세상 밖으로 드러남으로써 울산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를 가던 역사성이 담겨져 있는 장소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이처럼 부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려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객사를 온전하게 보전해서 역사공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객사만 보존하여 정적인 공간으로 남는 것 보다 역동적인 미술관이 함께 있을 때, 상호 보완작용을 함으로써 서로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는 것이다.
미술관이 지어지면 좌측에는 동헌이 있고 우측에는 객사가 위치하게 된다.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다른 어느 지역에도 이렇게 좋은 입지는 없을 듯하다. 그야말로 접근성면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미술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고의 입지인 만큼 이제는 어떤 전시를 할 것인가?
미술관 성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미술관의 성격에 따라 건축내부 설계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관의 화려함과 거대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시예술품이다. 그래야만 타 지역 미술관과 차별화된 울산만의 독창성을 지닌 미술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