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기습공격으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거리는 마스크의 행렬이다.

메르스 일명 중동감기가 확산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인천공항을 경유하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1번 환자의 치료 지연 및 관련 정보공개거부로 인한 초동대응 실패다. 둘째, 메르스 바이러스와 감기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 의료현실과 함께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4일을 초과하여 확진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 특유의 병문안문화로 인해 종합병원이 바이러스의 전파소로 변용된 점이다.

근본적으로 사실상 정부가 초반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압류하고 발산되지 못하도록 대응하지 못한 점은 큰 실책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확산되는 메르스를 막고 차후에 발생하게 될 전염병 예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성숙된 시민의식이 아닐까?

메르스는 변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대증요법에 의해 체내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관련 항체가 생성되도록 하는 자연치유력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메르스 환자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난해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감기증상으로만 알고 개인병원에 진료를 받게 될 경우 메르스 확진을 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특히 메르스는 잠복기가 14일 이상 경과하므로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비로소 이를 확진할 수 있다. 예로 환자명 14번은 자신이 메르스 감염자인지도 모르고 이곳저곳 병원을 기웃거리다 바이러스 슈퍼전파자가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의료인의 말을 빌리자면 병력청취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병원 가운데 메르스의 성격과 진단방법을 가장 정확히 아는 병원은 아마도 삼성서울병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에 발생한 에볼라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소개한 인디애나 주립병원과 대조되는 국내병원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들에 관한 정보와 함께 바이러스의 성격 및 진단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제공에 앞장서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보건 당국은 2013년 8월 발표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2013~2017)’에 메르스를 포함시키고 신종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공중보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더불어 정확한 정보 전달 및 커뮤니케이션으로 언론을 통한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정작 메르스의 급습에 대응할 만한 간단한 매뉴얼도 준비하지 않고 허둥대고만 있는격이다.

또한 국가가 메르스 감염균에 대한 정보제공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문제는 어떠한가? 관련법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제5조는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인단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감염병의 발생 감시 및 예방·관리 및 역학조사업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률 제6조 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하여 감염병이 발생할 때 국가는 해당 질병에 관한 정보를 의료기관에 요구할 권한이 있고, 국민은 국가에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뒤늦은 메르스 정보 제공은 국민이 향유하여야 할 정보권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기본권을 보장해주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망각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안전을 강조하여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었음에도 종종 닥치는 기습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생명, 안전, 국방과 같이 국가의무의 본질적인 영역에 속하는 분야들을 일정부문 민간에 이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편승한 정부의 정책이 유행하면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안전배려의무를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게 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곧 거리의 마스크가 벗겨지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종식된 메르스 사태를 마냥 덮지 말고 관련백서를 작성하여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을 막아주길 바란다.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인 기능은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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