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전국을 한 달 이상 휩쓸면서 사상 최악의 가뭄마저 별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가뭄피해 상황이 속속 보고되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는 이미 손을 쓸 시기를 놓쳤다. 벼는 말할 것도 없고 올 봄에 식재했던 밭작물을 갈아엎고 타 품종으로 대체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강수량은 예년의 41%에 불과했다.
전국 저수량도 평년보다 10%포인트나 떨어졌고, 특히 인천 강화의 저수율은 5% 수준으로 파악됐다. 타들어가는 들녘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일부는 말라버린 강바닥에 관정을 파 지하수를 뽑아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지만, 충청과 강원 등 가뭄이 극심한 지역에서는 이마저 포기했다. 다행히 24일부터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한다. 그러나 7월 이전에 최소 100㎜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는 한, 농작물의 절반 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은 그나마 다행이도 아직 낙동강 물을 식수로 끌어오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갈지 알 수가 없다.
낙동강은 현재 전례 없는 가뭄과 4대강사업 등의 영향으로 녹조와 부영양화로 최악의 수질을 기록하고 있다. 울산이 취수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물금지역은 상류에 비해 탁도와 오염도가 더욱 심각하다. 울산으로선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물 절약'을 생활화 해 낙동강 원수를 끌어오지 않고 버티는 것이 최상책이다. 여기다 올해는 전에 보지 못했던 가뭄 못지않게 태풍과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는 이와 관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취약지역과 침수가 우려되는 도로의 책임자를 각각 지정해 정비점검을 마무리했다고 23일 밝히는 등 자연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장훈련과 도상훈련도 반복하고 있다. 시는 더욱이 장마전선이 형성되면 자연재난 매뉴얼에 따라 순찰을 강화하고, 장마가 시작되면 즉각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매일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장마와 태풍은 이것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되고 있다. 2012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같은 강한 태풍이 많이 발달하고 이들 중 하나 정도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태풍 볼라벤이 가장 강력했을 때의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53m였다. 초속 15m의 바람이 불면 건물의 간판이 떨어지고 초속 25m에는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간다.
특히 엘니뇨의 영향으로 원래 필리핀 동쪽해상 근처에서 발생하는 태풍이 평상시 위치보다 남동쪽으로 치우쳐 발생하게 되며, 이 때문에 태풍이 바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좀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허창희 교수는 “올해의 경우 태풍이 동중국해를 지나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슈퍼가뭄에 이은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장마와 태풍 대비도 평상시와 다른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