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버스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운영되는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지정된 운행경로와 시간표가 있고 타 교통수단에 비해 요금이 저렴해 목적지와 도착시간이 일정한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시내버스는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은 빠르고 비교적 정확하지만 풍경이 없다. 모노레일은 풍경이 있고 정확하지만 곳곳을 누비고 다닐 수가 없다. 그러나 버스는 도시의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그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버스를 타면 긴 창으로 매 순간 바뀌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시내버스는 도시의 역사와 삶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가장 스마트한 교통수단이다. 버스노선은 승객이 많은 지역을 연결하는 특성이 있고, 정류소 명칭에는 도시의 독특한 특징이 녹아 있다. 특히 ‘별명'이 붙은 버스노선은 도시의 특징과 역사를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가장 스마트하게 알려 주는 도시의 스토리텔러인 경우가 많다.
영국의 수도 런던을 대표하는 ‘빨간 이층버스(The Red Double-decker Bus)'는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don) 소관의 673개 노선 8,000여대 시내버스 중 하나이다. 이중 해머스미스(Hammersmith)부터 뮤지컬 세계 양대 본산 중의 하나인 웨스트엔드(West End)의 올드위치(Aldwych)까지 운행하는 9번 버스는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먼저 노선의 기원이 1856년이고, 뒷문 승차가 가능한 빨간 이층버스의 원조 차량 루트마스터(Routemaster)가 운행하고 있어 ‘역사와 전통이 있는 노선(Heritage Route)'으로 불린다. 한편으로는 ‘가장 비싼(Most Expensive)' 노선이라고도 하는데 이 노선이 경유하는 켄징턴(Kensington), 나이츠브릿지(Knightsbridge) 지역 등의 주택가격이 평균 2백만파운드(35억원 정도)로 런던에서도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에 적합한 노선(London Bus Routes for Sightseeing)'이라고도 하는데, 정차 정류소에는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거주했던 켄징턴궁(Kensington Palace), 로얄앨버트홀(Royal Albert Hall),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9번 버스는 런던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여주는 스토리텔러 노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런던을 처음 여행할 때는 짧은 시간 내에 주요 지역을 둘러보려고, 몇 차례 방문 후에는 런던을 음미하기 위해 9번 버스를 탄다고들 한다.
한국의 수도 서울의 358개 노선 7,485대의 시내버스 중에도 특징을 가진 노선들이 있다.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흑석동까지 운행하는 151번은 ‘역사 속 공간들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한 노선이다. 신사동의 가로수길, 삼청동, 용산 전자상가, 청파동 골목길, 서울역, 창경궁, 대학로 등을 경유하는데 이들 지역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점 내지는 과거의 모습이 간직된 곳을 만날 수 있다. 472번은 별명이 많은 노선 중의 하나다. 개포동에서 출발하여 신촌까지 운행하는 데, 승객 연령대가 가장 낮고 대학가를 많이 돌아 ‘스쿨버스', 과거에는 좌석버스(12번)라 요금이 비싸서 ‘노블리안 리무진', 또한 오렌지족이 많이 탄다고 해서 ‘오렌지 버스'로도 불렸다. 이러한 특징을 알고 버스를 탄다면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산업수도 울산의 105개 노선 748대의 시내버스 중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영남알프스’와 동해바다에 가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이 많이 있다. 영남알프스 ‘등산노선'으로는 신불산 방면의 323번과 328번, 가지산으로 향하는 807번, 1713번등이 있다. 또한 121번, 411번, 421번, 441번을 타면 북구 주전·정자의 동해바다를 볼 수 있고, 울주군 서생 쪽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406번과 715번을 이용할 수 있다. 2014년 4월에 신설된 348번은 대곡박물관과 암각화박물관을 경유하기 때문에 울산의 ‘박물관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런던과 서울의 시내버스가 산과 바다, 박물관에 대한 대중교통수단의 역할을 넘어 도시의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울산에 이런 노선이 없음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런데 지난 6월 8일 울산에도 별명을 붙이거나 스토리텔러 역할을 할 수 있는 노선이 신설되었다.
124번 노선이 그것인데 동구의 꽃바위 차고지를 출발해 대왕암 공원 인근지역, 현대중공업과 울산대교를 거쳐 공업탑까지 운행한다. 울산의 중심상업지구인 공업탑, 롯데백화점 일대와 울산의 랜드마크인 울산대교를 건너면서 울산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단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124번 노선이 언제, 어떤 별명을 갖게 될지 내심 기대가 된다.
여행자로서 방문지를 빠른 시간 내에 경험하고 싶을 때 혹은 도시의 주민으로서 살고 있는 도시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싶을 때에는 별명이 있는 버스 노선 타기를 권해 드린다. 또한 요즈음 바람이 불고 있는 해외 자유여행을 할 때도 별명이 있는 시내버스 노선 1개 정도 타 보기를 제안한다. 방문도시의 또 다른 면을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내버스가 통근과 통학 등 정기적 통행을 위한 교통수단 역할을 넘어 도시를 여행하고 이해하고,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좀 더 스마트한 교통수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