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흠 변호사·동아대 법무팀장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했던가? 인간이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것은 거의 희박하다. 대다수의 경우 내 주위에 있는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새로운 것을 만든다. 저작권법은 다른 이가 만든 저작물을 토대로 자신의 저작물을 새롭게 생산한 것을 ‘2차적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성이 투입돼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특별히 저작권법상 등장하는 판례에서는 드라마대본, 소설 등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저작권은 2차적 저작물의 성립여부를 원고 작품과 피고 저작물간에 ‘부분적·문언적 유사성'과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전자가 원고의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이 복제된 경우임에 반해 후자는 피고가 원고의 작품속의 근본적인 본질 구조를 복제해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MBC방송국에서 방영된 ‘선덕여왕'이 뮤지컬대본 ‘무궁화의 여왕'을 표절했는지를 두고 대법원까지 치열한 다툼이 전개됐다. 이 사건의 판결에는 저작권법의 유수한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의 감정이 투입되기도 했으나 판사들마다 개별적인 판단을 했다. 어쩌면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어쩌면 해당분야의 문외한일지도 모르는 판사들에게 이 일을 모두 맡기는 것은 무리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신경숙 작가가 출간한 다수의 소설작품이 표절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신씨의 작품이 타작가가 출간한 소설작품에 등장하는 특정문구를 전재한 점을 들어 표절했다고 단정짓고 있다. 신씨 작품의 ‘전설'과 타작가의 소설 ‘우국'을 앞서 우리가 살펴본 판례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별법으로 제시된 두가지 리트머스 종이를 통과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필자는 윤지관 문화평론가의 평가에 무게를 두고 싶다.

그의 주장은 ‘전설'과 ‘우국'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 몇몇 문장과 같은 특정문구의 유사성은 발견되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 요소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신 작가를 향한 사회적 고발은 점점 확장될 지 모르나 법적 고발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신경숙씨의 표절문제는 법적인 판단의 영역이 아닌 문화계의 자정능력에 따라 해결될 문제로 회귀될 것이다.

그럼에도 금번 사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개발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창달하는데 어느 정도 우리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우리의 교육은 계몽주의시대에서 후근대사회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서구에서 만들어 놓은 학풍을 승계하기에 바쁘다. 훈고학에 치우쳐진 교육풍토와 선구자들이 쌓아올린 금자탑을 다시 단순 반복적으로 쌓아올리기에 바쁜 나머지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독창적인 사고를 가진 창발적인 인물들을 존중하는데 상당히 인색하다. 왜 ‘너'는 ‘나'와 다른 생각과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넘어 ‘너'는 왜 ‘우리'와 동일하지 못하느냐는 문화에 길들어진 셈이다.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은 독창적인 인물을 등용하기 위해 색다른 문제들을 출제하곤 했다고 한다. ‘왜 노인이 되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일상화 되는가?'와 같은 문제를 풀어보라는 식이었다. 우리 문화에는 이같은 훌륭한 전통이 있었고 우리들에게는 이를 계승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한편 신경숙 사태에서 촉발된 표절문제를 문화의 문제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단순표절로 얼룩진 정치, 경제, 사회, 종교계를 변화시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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