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경관리를 기업 자율에 맡기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실효성을 잃어버렸다. 기업들이 ‘단속과 규제’를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의 환경관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녹색기업’들의 엇나간 환경 관리 실태를 취재했다. <편집자>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인 A사 용연1공장은 지난 2008년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업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공장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등 2차례 환경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 적발돼 2013년 지정이 취소됐다.
녹색기업이 취소돼 자율점검 권한이 사라지고 다시 관계당국의 단속대상이 되자 이 업체는 매년 환경단속에 적발되기 시작했다.
2014년엔 폐수를 무단 배출하는 이동식 배관을 설치하는가 하면 지정폐기물인 폐유를 유출하고, 무기성오니 약 1t을 사업장 내에 보관하다가 당국의 단속에 걸렸다. 지난 한해에만 5개 사항을 위반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 3월에도 이 업체는 폐수배출시설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됐다.
현재 울산지역 A사 계열사 중 유일하게 녹색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용연2공장도 환경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산업폐수를 바다에 4,000t을 버렸는데, 이는 대규모 공장이 대거 포진한 울산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또 지난 2013년 2월에는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공정에서 초산이 누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다른 녹색기업인 농약 제조업체 B사 온산공장은 지난해 사업장 지정폐기물의 처리위탁량을 전자정보처리프로그램에 허위로 입력하고, 환경관리인 준수사항 미 이행(측정대행업체 측정결과 정확성 미확인) 등 2개 사항이 적발됐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도에도 배출허용기준 초과해 개선명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장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녹색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남구 여천동 C사는 2013년 대기오염물질이 누출되는 배출시설이나 방시시설이 부식·마모됐는데도 방치해 적발됐지만 현재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C사에서는 2013년에 배관균열 등 시설노후화로 인한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D사의 경우 지난 2009년 정기점검에서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측정돼 개선명령을 받았고, E사는 같은 해 폐수를 희석해 인근 하천에 흘려보내다 적발돼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들 두 공장 역시 당시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있었고, 현재도 지정된 상태다.
울산시 관계자는 “단속에 적발되거나 유출사고가 났다고 해서 모두 녹색기업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경부의 위원회를 거쳐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지정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최근 폐저수조 폭발로 6명의 사망자를 낸 한화케미칼도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그동안 당국의 단속을 받지 않았다”면서 “녹색기업 인증제도는 기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인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