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일상에 지쳐 무언가 방향성을 잃은 것 같은 느낌에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 걱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템플스테이’를 천년고찰, 통도사에서 직접 체험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전국 방방곡곡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
고무신·법복으로 갈아입고 사찰 순례 시작
맑은 범종 소리에 절로 경건해지는 마음
저녁공양후 자신과 사랑하는 이에 편지쓰기

 

▲ 새벽 3시 30분…가장 고요한 시간, 어둠을 깨우는 목탁과 불경 소리, 그리고 내 몸을 낮추는 절.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길이다. ( 제공 :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 )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나’를 찾아 온 사람들

“고은정님! 프로그램 시작했는데 어디세요?”.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주차장에서의 전화 한 통화로 시작됐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40여명은 도착하자마자 사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입재’ 후 법복과 고무신으로 갈아입었다. 

2박 3일간의 첫 일정으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본격적인 사찰순례를 시작했다.
35도를 넘는 폭염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참석자들은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종긋 세우는 모습이었다. 

자주 들르는 통도사지만 무심코 지나친 곳들의 참된 의미를 듣고 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저녁공양을 한 후 뜨거운 기운이 조금은 수그러들었고, 이제야 주위로 시선이 갔다. 

여든 살이 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온 효자, 충청도에서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우연히 이곳에서 조카를 만났다는 중년 아주머니, 막 고시를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청년, 어머니의 권유로 왔다는 훈남 형제, 혼자 온 사람들까지. 영국, 미국, 서울, 아산, 전주, 수원, 경북 상주, 부산 등 사는 곳도 참 다양했다. 

▲ 속세를 떠나 잠시 모든 걸 내려놓는 템플스테이, 일상에 찌들었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상억 기자 euckphoto@iusm.co.kr

잠시 숨을 돌리자 법고가 울렸다. 법고의 여운을 다시 운판이 받고 운판의 끝소리에 이어 목어의 둔탁한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연이어 깊고도 맑은 범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으로 향했다. 기도와 참선으로 저절로 심신이 안정된다.

▲ 숲은 온통 자연의 소리로 가득하다. 긴 호흡으로 자연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상억 기자 euckphoto@iusm.co.kr

◆새벽을 여는 목탁과 불경소리

새벽 3시30분. 
설법전에 스님들과 참가자들, 그리고 신도들이 모였다. 가장 고요한 시간, 고요한 곳에서 울리는 목탁과 불경 소리, 아무런 소음이 없는 가슴을 울리는 소리에 마음 안에 고요가 침전됐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천년의 숲을 걷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해 날이 밝는 모습을 본 게 얼마만인가.

저녁공양 후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그동안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꽁꽁 숨기며 살았을까. 

몇몇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툭 터놓으며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도 있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이도 있다. 사연은 모두 다를 것이다. 

‘남을 함부로 의심 않겠다’ 다짐하며 첫절
 나를 참회하고 108번뇌 소멸·새출발 염원
 상쾌한 공기 마시며 서운암 등 암자 순례
 마음의 평온과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 복귀

 

◆내 몸을 낮추는 108번의 절

마지막 날 새벽. 속세를 떠나온 지 사흘째다. 아침예불이 끝난 후 기대하던, 그러나 걱정하던 108배 시간이다.

일 배씩 절하는 숫자마다 나를 참회하고 108번뇌가 소멸되며, 새로운 출발을 염원한다.
“남을 함부로 의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절대 살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두 번째 절을 올립니다…”

내 몸을 낮추는 108번의 절.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길이었다.

통도사 말사 중 들꽃과 된장으로 유명한 ‘서운암 순례’를 위해 우리는 뒷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 오랜만에 가보는 산이다. 산을 들어서자마자 새들이 재잘재잘 울어대며 반겼다. 상쾌한 공기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덧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나니 스님께서 잠시 눈을 감고 주위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신다. 숲은 온통 자연의 소리로 가득했다. “호흡을 놓치지 마세요” 효진스님은 당부하고 또 당부하신다.

▲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산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머무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이상억 기자 euckphoto@iusm.co.kr

◆차 키, 지갑,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암자 순례를 마치고 이제 회향하는 시간이다.

“이 세상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분투하는 내가 때때로 가엽지 않은가요? 부족한 나라고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 주세요” 스님의 말씀에 나를 다독였다. 

바쁘고, 지친 내게 ‘그동안 꽤 괜찮게 지내왔다’, ‘애썼다’, ‘고맙다’고…

속세를 떠나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나와 내 주변 사람에게 집중하고 스스로를 다스렸던 2박 3일. 마음의 평온을 얻고 일상에 찌들었던 나를 되돌아보고 토닥토닥 위로를 받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머무는 그 순간이 참 좋았고 무엇보다 하심(下心), 즉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어느 참가자의 말처럼, 그동안 차 키, 지갑, 스마트폰을 놓칠세라 꼭 쥐고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챙겨주지 못했던 나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며 다시 풍요로움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체험형 템플스테이

예불이나, 108배 발우공양, 스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지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주로 외국인, 스님들의 삶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여해 가족단위나 단체단위로도 신청가능하다. 보통 주말이나 휴가기간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휴식형 템플스테이

예불 등 꼭 참여해야하는 프로그램 외엔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 동안 사색에 잠기거나, 자연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다. 평일에 주로 운영하며 가격은 5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혼자 여행하기 좋으며, 공기 맑고 조용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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