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길 주필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는 단연 금문교가 꼽힌다. 그러나 케이블카도 금문교 못지 않는 명물로 관광객들이 한 번쯤은 타보고 간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는 땅위로 달리는 전차(電車), 즉 전기케이블카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에틀 사이에 있는 울산 자매도시 포틀랜드에 가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포틀랜드항과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해발 1,620m에 있는 스위스 체르마트는 ‘산중의 왕(王)’이라 불리는 마터호른에 있는 마을이다. 체르마트는 3,089m 길이의 산악열차와 3,883m 길이의 유럽 최고(最高) 케이블카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인구 6,000명의 시골 마을 산 정상에 5성급 리조트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연 1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게 한 것은 케이블카 덕분이다. 

이처럼 알프스와 로키산맥, 중국 황산(黃山) 등 유명 관광지엔 모두 케이블카 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케이블카는 종(種)다양성 지역에 친환경적으로 건설된 대표적 케이블카로 꼽힌다. 호주 케언스 스카이 레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구역에 설치된 곤돌라로 환경훼손이 가장 적은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아 우수생태 관광상을 받기도 했다. 

케이블카 선로 길이를 보면 중국은 1,560km, 일본은 2,350km, 프랑스는 2,900km, 스위스는 1,750km나 된다. 그런데 한국은 133km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케이블카는 서울 중구 회현동 남산 순환도로변과 남산타워 옆 팔각정 사이 약 600m 거리를 오르내리는 남산 케이블카로 1962년 운행을 시작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에 오색 약수터에서 끝청(해발 1,480m) 하단을 잇는 3.5km 길이의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1970년 속초시 설악동과 설악산 권금성을 잇는 케이블카에 이어 48년만에 국립공원 설악산의 두 번째 케이블카가 되는셈이다. 

2014년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 투자 진흥회에서는 34년째 신규 허가가 나지 않고 있는 국립 공원내 관광용 케이블카 규제 실태가 화제에 올랐다. 국립공원 내 산악 케이블카는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가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선수용이었음을 감안하면, 관광용산악 케이블카는 내장산 케이블카(1980년)이후 35년만에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됐다.

정부는 2011년 케이블카 시범 사업 검토 대상으로 설악산(양양), 지리산(구례·남원·산청·함양), 월출산(영암), 한려해상(사천) 등 7곳을 지정했지만 해상에 설치되는 한려해상 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현재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한 지자체는 울산광역시를 비롯해 경남·전북·충북·강원 등 10여 곳에 이른다.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추진은 접근성이 떨어진 관광지에 가지 못했던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등의 관광을 돕기 위해서다. 또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도 유치할 수 있다. 

특히 ‘케이블카 경제의 위력’은 2008년에 설치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개장이후 2014년 기준 770만명의 관광객을 태우며 연간 경제적 효과가 1,500억원 이르러 ‘국민 케이블카’로 불리게 됐다.

울산에서는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준비중이다. 많지 않은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는 케이블카가 기존 등산로와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환경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쉽지않다. 건설 과정에서부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운영과정에서도 상당기간 모니터링을 거쳐 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 

오색 케이블카는 물론 신불산 케이블카도 관광자원 개발과 환경 보전이 양립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돼야 ‘케이블카 경제학’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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