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변호사·동아대학교 법무팀장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소설은 죽음을 목전에 둔 메이저의 비극으로 시작된다. 그의 유언내용은 동물을 노예로 만든 농장 주인 존스를 추방시키라는 부탁이다. 유언을 실행하기로 결의한 동물은 식용으로 팔릴 운명에 처한 세 마리의 돼지들이다. 스노우볼, 나폴레옹, 스퀄러…그리고 돼지들의 충복인 복서. 

동물의 반란은 존스의 낮잠시간에 시작된다. 동물들의 기습공격에 존스가족들은 모두 도망가고 동물들은 승리의 찬가 ‘영국의 동물들'을 부른다. 동물공화국은 동물이 지켜야 할 7가지 계명을 만든다. 7계명의 주내용은 인간과 인간문화는 모두 배척돼야 하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평화의 시간도 잠시잠간. 나폴레옹이 존스의 자리에 오르면서 시작된 폭정은 동물농장을 공포의 장소로 바꾼다. 나폴레옹은 독재정치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아니면 존스로부터 동물을 보호해 줄자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7계명의 내용을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 적용하는 일을 한다. 

불쌍한 복서. 인간과의 전쟁에서는 가장 큰 공헌을 한 그는 농장의 양식이 떨어져갈 때마다 늘 자신의 노력부족을 탓하며 수탉보다 1시간 더 일찍 일어난다. 채석장의 무거운 돌을 끌어내리며 열심히 일하던 어느날 복서가 갑자기 쓰러졌다. 연금 지급을 눈앞에 둔 그가 폐렴으로 쓰러졌을 때 곧 병원에 보낼 것이라 안심시켜주던 간신배 스퀄러는 복서를 마차에 태워 도살장으로 보낸다. 메이저의 비극에서 시작된 소설의 비극은 복서의 비극으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개혁의 주요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복서가 등장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 불안감의 표면적 근거는 노동개혁의 진행과정에서 해고조항에 관한 논의에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로 바뀐 것이다. 같아 보이는 조문의 내용은 논리구조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발견된다.

‘정당한 이유 없으면 해고를 하지 못한다’는 논리식은 ‘해고를 했다면 정당한 이유가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해고를 할 수 있다’와 등가식이다. 반면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해고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논리식으로 분해되므로 비록 정당한 이유가 없다 할지라도 사용자는 경영상의 이유 등을 근거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해고, 임금피크제, 계약직기간 연장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내세우고 있는 추진목적은 변화하는 세계경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경영자에게 공격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특별히 청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근로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낙수효과를 외치던 MB정권과 신자유주의 물결속에 논의되고 있는 현상황의 노동개혁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필자의 단견에 불과한 일일까? 동물농장은 한국의 노동개혁의 진행이 주도권을 가진 자들의 일방적인 법률요리에 따라 해석, 적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적어도 정부가 사용자 측에 치우친 노동관련법 개정을 해 복서의 탄생을 목격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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