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해 8월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10월 1일 울산광역시 중구로 주민등록을 옮겼으니 울산시민이 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간을 돌아보면, 서울에서의 여러 회의 및 행사 그리고 전국의 현장을 다니면서 사업을 점검하느라 많은 시간을 이동에 보낸듯하다.

올해 9월말까지 이뤄진 각종 회의, 행사, 모임이 1,000여건인데, 이중 울산에서 이뤄진 일은 22%였다. 산업인력공단의 사업은 근로자 능력개발 지원, 자격검정 관리,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체류 지원, 청년 해외취업 지원 그리고 전국기능대회 주관, 국제기능올림픽 훈련 지원을 비롯한 숙련기술진흥사업 등 사업영역이 다양해 다른 공공기관보다 대외협력 업무가 많은데, 국회, 언론, 교수 등 주요 관계자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제50회 전국기능대회가 울산에서 열린 10월의 셋째 주는 특히 여러 행사가 많았다. 11일 안산에서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관련 행사, 12일 울산에서 전국기능대회 폐막식, 13일 서울에서 해외취업 지원을 위한 한독상공회의소와의 MOU 체결, 창원에서 경남중소기업 경영포럼 참가 및 유관기관 공공기관장과 면담, 14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원에서 고위공직자 대상으로 강의 및 호주 유관기관 대표 면담, 15일 서울에서 글로벌 취업상담회 개막식과 고용허가제 11주년 기념식, 16일 서울에서 K-Move 세미나와 두 곳의 언론사와 인터뷰, 18일 안산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국인근로자 한마당에 참가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울산본부 외에 서울지역본부 등 전국 25개소에 지부, 지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학습병행제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전국 각지로  출장갈 일이 많은데, 본부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울산에서 광주나 춘천을 가려면 비행기를 이용해 서울을 거쳐 가는 것이 시간이 덜 걸린다. 기관장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울산으로 본부를 옮긴 작년도의 본부 직원 출장일수는 전년도에 비해 50%가 늘어났다.

주요 행사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대부분 열리고 공공기관장이 상당 시간을 본부가 있는 울산에 있지 못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지지하고 있다.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하된 업무 효율성을 극복하는 것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몫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업무 수행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바일 등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부, 지부·지사, 서울의 스마트오피스를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300여건의 화상회의를 열었다. 외부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면 외부전문가는 서울의 스마트 오피스에서 직원들은 본부와 지부지사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회의를 진행한다.

공단의 본부 이전으로 전자결제 등 모바일을 통한 소통도 활성화됐다. 필자도 어떤 날에는 수백 건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낸다.

이동거리가 많다 보니 직원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필자는 지난 1년간 전국의 지부·지사 직원들과 한 번의 식사 기회를 가졌고, 앞으로 1년은 400여명 정도의 울산 본부 모든 직원들과 팀을 나눠서 점심을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울산에서는 저녁뿐 아니라 아침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업무상 저녁에 모임을 할 경우가 적고, 집에서 회사까지 차로 10분정도 걸려서 아침시간이 여유롭다. 청청도시로 다시 태어난 울산의 태화강변을 아침에 1시간 정도 산책하고 있다. 집사람이 ‘삼대(三代)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울산으로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긴 후에도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구박을 종종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울산총각 생활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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