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비가 사흘 간 제법 많은 양을 기록했다. 강원산간 지방에는 100㎜가 넘는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울산에는 50㎜ 안팎으로, 대지를 모처럼만에 적셨다. 특히 계곡물 등이 말라붙어 식수난을 겪었던 산골마을이 물 고통에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평년 강수량의 6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가뭄이 심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이 780.4㎜로, 평년 강수량 1,242.9㎜ 대비 62% 수준이다.
댐 축조 이후 최악의 저수율을 보였던 강원도 소양강댐은 물론이고, 전국의 다목적댐 수위가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충청도 등 내륙지방은 먹는 물마저 급수차량으로 공급받아 연명해야 했다. 울산은 다행히 이들 지역처럼 가뭄이 극심하지는 않았어도 지난달부터 낙동강 원수 공급량을 늘리는 등 식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가 하면, 대지가 바싹 말라 산불특별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가뭄에 따른 피해가 식수와 농작물, 산불, 미세먼지농도 등 전 방위로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가을의 미세먼지농도가 봄철 이상으로 심했던 것도 가뭄 영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세먼지는 계절적요인 못지않게 강수량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가뭄이 이제 단발성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지속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한반도가 UN 물 부족지역으로 고시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물 부족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물 소비량은 선진국인 독일의 2배를 넘고 있다. 빗물사용이나 물 재사용 등을 위한 시설구축에는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한다. 물은 아무렇게나 펑펑 써도 될 무한(無限)자원이 아니다. 특히 소득수준 향상과 문명의 발달로 물 소비가 비례해 증가하는 추세에서 물 사용은 더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제급수제한을 하지 않더라도 가정이나 공장에서 스스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자율적 규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왔다. 우리가 가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생활하수를 지금보다 절반만 줄인다고 했을 때 국내 다목적댐 열 개를 신설하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댐 건설은 환경단체의 반대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악 영향 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고, 댐을 건설하더라도 대형보다는 소형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초대형 다목적댐 건설에는 반대민원 못지않게, 막대한 건설비용과 자연생태계변형도 감수해야 한다. 가뭄극복에 대한 국가적인 대비가 절실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