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삼건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장

울산미술관 건립과 관련해서 부지 문제가 뜨겁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울산시의 대응이 너무 평면적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널리 시민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울산초등학교를 미술관부지로 결정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고 본다. 왜냐하면 울산초등학교가 조선시대 울산읍성에서 가장 중요하고 규모도 가장 컸던 객사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객사에서 가장 핵심시설인 정전 ‘학성관’은 1930년대에 학교건물 확장을 위해 철거되었다. 그런데 이 정전 위치를 비롯해서 객사 주요 건물자리가 1967년 이후 새로 지어진 교사동과 겹치지 않아서 매장문화재가 출토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부지가 정해졌기때문에 지금의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일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필자는 울산이란 도시의 발전을 생각할 때 세계 여러 도시처럼 태화강변에 공공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서서 울산의 도시품격이 높아지게 되어 시민들은 자긍심을 느끼고 방문객은 머무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태화강대공원이 미술관 부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그러나 당초 계획처럼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면 지금 방법이 없는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울산시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만든 미술관건립 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객사 유구가 드러나는 것을 가정해서 분석이 되어 있다. 객사부지라서 미술관 건립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이 유적을 보존하라고 한데서 부지 이전 논란이 촉발되었다. 그런데 객사 터의 매장문화재를 원형보존하면서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는 건축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객사 터를 발굴이 끝난 지금상태로 둔다면 누구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문화재청이 바라는 것이 이런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은 어떤 모습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울산미술관 건립 기본계획은 수립되었지만 아직 미술관의 성격이 결정되었다고 들은 것은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전시에는 상설전과 기획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장차 건립될 울산미술관이 당장 좋은 작품을 많이 갖추고 상설전을 열 수 있는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여러 사정으로 보아서 단기간에 훌륭한 소장작품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알찬 기획전시가 울산미술관의 성격을 결정짓고 규모계획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기능을 완벽히 갖춘 완전체의 미술관이나 큰 규모를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울산초등학교 부지와 조화되는 규모로 1관을 먼저 짓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세번째는 중부도서관 문제다. 이 건물은 건립 후 30년 정도 되었다. 차제에 도서관이 있는 미술관 계획도 세워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을 밀어낼 것이 아니라 미술관과 함께 하면 그것이 울산미술관의 특징이 될 수도 있다. 건물 역시 미술관과 도서관을 하나로 계획하면 훨씬 짜임새 있고 주변과도 어울리게 지을 수 있다. 물론 규모나 예산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같은 울산시의 공공기관끼리 콜라보레이션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네번째 방법은 객사 건물을 복원하되, 그것을 미술관의 일부 시설로 쓰자는 것이다. 전시실도 될 수 있고, 사무실로도 세미나실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복원만 하고 아무 쓰임새가 없어도 곤란하다. 어차피 복원해도 오리지널 건물은 아니며, 내부공간을 찍은 사진도 없어서 내부 복원도 곤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관은 원형그대로 복원하되 내부는 미술관 용도라는 21세기의 객사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발표대로 문화재가 발굴된 곳을 그냥 둔다면 미술관 규모는 작아지고, 이 장소의 역사성은 발현되기 힘들다. 

필자는 객사 유구 출토가 꼭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오히려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미술관 부지 이웃에 있는 동헌은 현재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데, 객사를 복원해서 동헌과 함께 울산 중구 원도심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복원은 신중해야 하고, 출토된 매장문화재의 원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객사복원이 가능한 이유는 울산객사의 유구가 거의 원형대로 출토되었고, 조선총독부와 개인이 촬영한 많은 사진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인 도쿄대 건축과 교수가 촬영한 사진 중에는 기둥 상부의 공포를 건물별로 확대 촬영한 것도 있어서 더욱 도움이 된다.

울산시 중구는 과거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울산역사의 현장이자 중심이었다. 따라서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설 미술관은 울산의 역사를 되살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