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패스트볼(high fastball)이라면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존 위를 통과하는 높은 공을 말한다. 한국 야구는 지난 11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하이 패스트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점도 못 뽑고 0-5로 완패한 ‘삿포로 참사’였다. 하지만 준결승전 재대결에서 오타니가 교체된 후 ‘9회의 기적’으로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날 일본 언론은 일제히 ‘악몽’ ‘굴욕적 패배’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인데 요즘 두 나라는 경기장 밖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이건 일본이건 각자 ‘닥치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감정 과잉’ 속에 때로 폭투까지 속출하고 있다.

일본 혐한(嫌韓)단체 소속 남성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시의 한국총영사관에 배설물이 든 상자를 던지고 달아났다. 테이프로 밀봉된 상자 앞면에는 일본어로 ‘간코쿠진에 의한 야스쿠니 폭파에 대한 보복입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맨 앞에 ‘간코쿠진’은 본래 한국인을 뜻하면 ‘韓國人’이라고 써야하는데 한자 간혹진(姦酷塵)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음차해 악의적인 한자만 조합했다. ‘간음할 간’ ‘심할 혹’  ‘티클 진’은 일본 발음으로 ‘간코쿠진’으로 읽힌다.

일본의 두 얼굴이 당혹스럽다. 2011년 대지진때 일본인이 보여준 침착성과 질서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백만명이 피난소를 전전하면서도 약탈이나 방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한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은 공공연히 벌어진다. 일본인은 ‘안의 세계’에서 ‘와(和·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안’에 남으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와’를 지켜야만 한다. 반면 ‘밖의 세계’는 안의 ‘와’를 깨뜨리는 공포와 무질서의 세계이며 제거해야할 위협으로 간주된다. 

한편 전 세계에서 일본을 대놓고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이처럼 닥치고 ‘한-일전’ 프레임을 만든데는 국내 정치 공학에만 매몰된 일본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양국 정부와 언론은 혐한과 반일(反日)이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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