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길들어진 현대는 모든 기기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육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손수 쓴 글씨, 즉 친필문화도 이젠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박영식 시인이 50년 가까이 수집, 소장해 온 육필 시·소설 원고로 ‘육필의 향기’를 주 1회 연재합니다.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
(二千九年 元旦 無滋味齋 主人)
반칠환! 나는 그를 떠올리며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놓일 수식어에 참 많이도 고민을 했다. 그냥 〈시인〉이라 하면 되겠지만, 허울 좋게 시인이란 옷을 걸친 사람들로 넘쳐나는 현시대에 그는 시인이 아닐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목자 생활을 거친 성자(聖者)임에 분명했다. 그의 데뷔작 ‘갈 수 없는 그곳’이 그를 뒷받침 한다. 더구나 지구인 모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경전(經典)과도 같은 그의 시편들은 신(神)의 목소리를 빌렸으리란 믿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반칠환, 그는 누가 뭐래도 시인 성자다.
●시인 반칠환(潘七煥·1964~ ). 충북 청주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詩 ‘갈 수 없는 그곳’, ‘가뭄’ 당선. 1999년 대산문화재단 시부분 창작지원 수혜. 2002년 서라벌 문학상 수상.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시선집 「누나야」, 시평집 「네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장편동화 「하늘 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등. 동아일보 문화면에 4년여에 걸쳐 주1회 ‘이 아침에 만나는 시’를 연재함.

●박영식 시인은=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03년 월간문학신인상 동시 당선.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울산시조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낙동강문학상, 새벗문학상, 푸른문학상, 울산아동문학상 외 다수 수상. 저서 「굽다리접시」, 「자전거를 타고서」, 「가난 속의 맑은 서정」, 「사랑하는 사람아」, 「초야의 노래」 외 다수.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울산시조시인협회 회장, 푸른동시문학회 회장 역임. 서재 ‘푸른문학공간’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