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 울산발전연구원 박사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이야기’를 보면 피그말리온 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 신화속 인물인 그는 자신의 상상속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조각상을 흠모하고 사랑에 빠지게 됐는데, 결국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조각상이 진짜 인간이 돼 행복하게 살았다는 줄거리이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상대방이 그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미국작가인 게리슨 케일러가 진행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코너는 ‘워비곤 호수 마을 사람들 이야기’였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워비곤 호수 마을의 일상을 들려주는 코너였는데, 그곳에 사는 남녀는 모두 아름답고 잘생겼고 강인하며 하나같이 평균이상으로 묘사됐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덕에 자신이 평균보다 더 낫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고 한다. 두 효과의 정의는 엄연히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몹시 긍정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바라던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말하고, 후자는 도를 넘게 긍정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자신의 처지를 망각함을 뜻한다. 

재난관리 관점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긍정(self efficacy)을 통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재난방지활동을 유도한다. 필자가 해외 방재연구소에 있을 때 인도 ‘뭄바이’의 한 슬램가로 파견을 나간 적이 있다. 매년 이곳에서 발생하는 대형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략은 주민이 할 수 있는 행동범위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동조의식을 만들고 주민전체가 재난방지행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탁월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어렵고,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기에 대형홍수로 인한 피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재난방지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인명피해를 많이 경감시켰다는 점에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반면 워비곤 호수효과는 재난관리 관점에서 도를 넘게 긍정적으로 생각한 나머지 재난발생 상황에서도 ‘나는 별 피해 없겠지’하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결국 재난방지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과 연결되어 대형 참사를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참사의 전조가 워비곤 호수효과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앞서 뭄바이 사례와 같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워비곤 호수효과’가 주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우리 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안전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울산의 도시안전에 대해 응답자의 1%는 ‘매우 안전하다’, 20%는 ‘안전하다’고 답했으며, 4%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 24%는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51%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이 수치를 토대로 일부 매체가 부정적인 답변에 초점을 맞춰 울산에 대한 시민 안전의식이 낮다고 해석하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수치를 보면 부정은 일부일 뿐이다. 단순 수치에 치우쳐 호불호를 따지기 보다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을 위한 어떠한 캠페인과 교육, 관련 정책이 필요한 지에 집중해야 한다. 

앞선 ‘피그말리온’과 ‘워비곤호수’ 효과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려야 한다. 긍정 혹은 부정적인 응답자 모두에게서 이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가운데 긍정적인 응답자들에게는 위급상황시 피그말리온 효과가 주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더욱 북돋게 하고, 워비곤 호수효과라 볼 수 있는 안전불감증에 빠지지 않게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부정적인 답변을 보인 응답자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피그말리온 효과를 인식시키고 워비곤 호수효과에 빠지지 않는 의식함양을 꾀해야 한다.

우리 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엿봤으니, 이제 우리 지역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과 이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그말리온 효과와 워비곤 호수효과가 주는 교훈에 입각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울산의 도시안전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수행중인 연구과제 및 향후 과제에서도 두 가지 효과를 염두에 둔 결과물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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