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뼛가루 시계’ 커피볶는 시간 체크
존재의 시간 구속성 상징적 표현
신화적 세계·현실 상상력 통합
오영수문학 특성 충실히 계승
어떤 작가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은 그 작가의 문학적 특성을 반영하고, 그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영수문학의 특징은 짙은 향토성과 서정소설적 분위기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때의 향토성은 당대의 시대 분위기와 연관된다. 서정소설적 분위기는 뚜렷한 서사를 비껴가면서 단편소설의 미학을 구축한 결과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동시대에 전개되는 양상은 의식과 심리를 굵직한 서사를 벗어나 소설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전통리얼리즘 소설에 바탕을 둔 소설미학의 후퇴로 볼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는 방식은 시대의 진전 추이를 따라 양상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현대는 이른바 거대서사가 뒤로 물러난 시대이다.
그리고 감수성이 심리적 의식 내면으로 침잠해서 분편화된 개인의 정체성과 이반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조밀한 플롯보다는 단층적 망상형의 플롯으로 조직되는 소설미학으로 전개된다.
위에 언급한 특성을 고려하면서 노희준의 <빛의 제2법칙>, 이신조의 <야간 정비>, 박금산의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 세 작품을 두고 진지한 논의를 전개했다.
이들 작가의 역량은 수상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과 심리의 세부적 서술의 강점 등을 고려하여 박금산의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심하게 시달리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단체로 래프팅을 갔던 딸이 급류에 휩싸여서 고무보트가 뒤집혔고, 구조대원이 애를 썼으나 구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소설 본문은 그 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딸을 잃은 아픔에서 헤어나기 위해 출근도 하고 정상적 일상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아내는 딸의 죽음으로 인해 얻은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지 못한다. 아이의 유품을 정리한 뒷날 갑자기 아프리카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나는가 하면 그 여행에서 풍토병을 얻어온다.
남편은 아내를 간호하면서 육신의 병이 낫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병이 나은 다음의 삶을 계획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풍토병이 치료되자 다시 심리적 질환을 겪는다.
딸의 죽음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이상행동을 일삼는다. 약을 먹고 거리를 방황하거나, 집에서 나는 밥 냄새를 끔찍이 싫어해서 거식증을 보이기도 한다.
아내의 몸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라가고 남편은 짜증을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물건을 아파트 창으로 던지기 시작한다.
음식 찌꺼기도 던지고 그릇도 던진다. 그 물건들 가운데 아내의 속옷이 있었던 걸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다가 심리적 충동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배가 고파서 밥을 짓는다. 남편은 바깥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집안에서 자신이 지은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작정이었다.
외출했다가 밥이 다 되었을 때 돌아온 아내는 밥 냄새를 맡고 남편을 경멸한다. 남편은 “나를 던져 봐” 하고 조롱조로 말하는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는 이런 이야기를 5층에 사는 노인과 12층에 사는 남편의 대화를 통해 조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남편이 던진 물건 중에 아내의 속옷을 노인이 들고 와 남편을 만나는 모티프를 소설 첫머리에 얹어 흥미를 이끌어낸 다음, 이후에 남편의 심리를 치밀하게 서술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의 유해를 납골당에 보내지 못하고 집안에 두었던 행동은 남편의 심리 또한 이상심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남편은 뇌의 기억 장치를 완벽히 씻어 내버리기를 원한다.
때로는 자살을 상상하면서 삶의 끝을 생각한다. 아내가 남편을 위해 사 주었던 모래시계에다가 남편은 아내의 뼈를 곱게 갈아 모래 대신 그 뼛가루를 넣어서 커피 볶는 시간을 체크하는 장면은 존재의 시간구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일종의 심리소설로서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지향하는 소설미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신화적인 세계와 현실을 상상력으로 통합하는 오영수문학의 특성을 잘 계승하는 면모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