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금산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 수상
오늘 오후 6시 롯데호텔 2층서
시상금 3,000만원·상패 등 수여
‘문예중앙’ 2015년 겨울호 발표
울산매일신문사와 S-OIL㈜이 공동주최하고 울산광역시가 후원하는 ‘제24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박금산 소설가(44)는 200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공범>당선으로 등단해 현재 국내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이다.
오영수문학상 수상작품은 계간지 「문예중앙」 2015년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이다. 오영수문학상운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연·김병길)는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심사위원회를 열어 수상자를 선정했으며 시상금은 3,000만원이다. 송하춘(소설가·고려대 명예교수), 우한용(소설가·서울대 명예교수), 김종회(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씨 등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친 작품들을 놓고 논의 끝에 박금산의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를 수상작품으로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은 전체적인 구성과 심리의 세부적 서술이 뛰어나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지향하는 소설미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이는 신화적인 세계와 현실을 상상력으로 통합하는 오영수문학의 특성을 잘 계승하는 면모”라고 평가했다.
수상자 박금산 작가는 “‘세월호’를 둘러싼 분노, 무척추동물 시늉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인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소설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면서 “내 소설에 희망의 작은 씨앗이 묻혀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금산 작가는 1972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소설집으로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등이 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24회 오영수문학상 시상식은 27일 오후 6시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개최된다. 울산매일신문사는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오영수문학상 작품집」과 「오영수문학전집」 제1권을 펴내 배포한다.
수상소감

“소설에 희망의 씨앗 묻히도록 하고파
척추 더 튼튼해지는 계기될 것”
무척추 동물에게는 기억 능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기억을 저장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상하게도 척추가 없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것처럼 들려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척추와 기억이 무슨 상관인가. 기억이 저장되는 기관은 해마이다. 해마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나 간질, 기억상실증이 찾아온다.
삶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어떤 날은 두개골을 열고 뇌를 꺼내어 물로 싹 씻어 말린 다음 탈탈 털어 널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기억을 털어내면 고통의 근거가 사라지고 삶은 평온해질 것이다. 그러나 고통의 근거가 사라지면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쁨의 근거인 기억 또한 기약 없이 사라질 것이니 인생에 무엇이 남겠는가. 과학이 아직까지는 뇌를 우리 시대의 이 정도로만 건드리는 것이 다행이다.
올해는 내게 등단 15년이 되는 해이고 큰 아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내 나이가 되는 해이다. 큰 아이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인데 저 나이 때에 내가 아버지를 잃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할 때가 있다.
단체로 래프팅을 갔다가 사고로 물에 빠져서 딸이 죽는 이야기, 딸의 죽음이 엄마의 뇌에 파고들어 기억 기관을 건드리는 이야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 쓰지만 돌아가지지 않는 아빠의 이야기, 그 아빠가 이상해져서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이야기…. 소설적으로 가능한 서사가 되도록 쓴 소설이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수많은 희생자를 수장시킨, ‘세월호’를 둘러싼 제도와 기관에 대한 분노, 척추가 있으면서도 기억 능력이 없는 무척추동물 시늉을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인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소설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오영수문학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 연락을 받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갓! 내가 알고 있는 오영수 문학의 사실주의적인 색채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 대척을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이 물질문명에 대한 반감으로 모인다는 점에 있다. <갯마을>은 에로틱하면서 생명력이 넘친다. 내 소설에 희망의 작은 씨앗이 묻혀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오영수문학상 운영위원회, 심사위원분들, 울산광역시, S-OIL(주)과 울산매일신문사,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제 소설의 척추가 더 튼튼해지도록 노력하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심사평 심사위원 송하춘·우한용·김종회
“전체 구성·심리의 세부적 서술 뛰어나”
“내용·형식의 일치 지향하는
소설미학의 수준 높은 작품”

어떤 작가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은 그 작가의 문학적 특성을 반영하고, 그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영수문학의 특징은 짙은 향토성과 서정소설적 분위기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이때의 향토성은 당대의 시대 분위기와 연관된다. 서정소설적 분위기는 뚜렷한 서사를 비껴가면서 단편소설의 미학을 구축한 결과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동시대에 전개되는 양상은 의식과 심리를 굵직한 서사를 벗어나 소설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전통리얼리즘 소설에 바탕을 둔 소설미학의 후퇴로 볼 소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는 방식은 시대의 진전 추이를 따라 양상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현대는 이른바 거대서사가 뒤로 물러난 시대이다. 그리고 감수성이 심리적 의식 내면으로 침잠해서 분편화된 개인의 정체성과 이반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조밀한 플롯보다는 단층적 망상형의 플롯으로 조직되는 소설미학으로 전개된다.
위에 언급한 특성을 고려하면서 노희준의 <빛의 제2법칙>, 이신조의 <야간 정비>, 박금산의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 세 작품을 두고 진지한 논의를 전개했다. 이들 작가의 역량은 수상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과 심리의 세부적 서술의 강점 등을 고려하여 박금산의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심하게 시달리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단체로 래프팅을 갔던 딸이 급류에 휩싸여서 고무보트가 뒤집혔고, 구조대원이 애를 썼으나 구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소설 본문은 그 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딸을 잃은 아픔에서 헤어나기 위해 출근도 하고 정상적 일상을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아내는 딸의 죽음으로 인해 얻은 심리적 외상을 극복하지 못한다. 아이의 유품을 정리한 뒷날 갑자기 아프리카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나는가 하면 그 여행에서 풍토병을 얻어온다. 남편은 아내를 간호하면서 육신의 병이 낫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병이 나은 다음의 삶을 계획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풍토병이 치료되자 다시 심리적 질환을 겪는다. 딸의 죽음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이상행동을 일삼는다. 약을 먹고 거리를 방황하거나, 집에서 나는 밥 냄새를 끔찍이 싫어해서 거식증을 보이기도 한다. 아내의 몸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라가고 남편은 짜증을 참지 못해 충동적으로 물건을 아파트 창으로 던지기 시작한다. 음식 찌꺼기도 던지고 그릇도 던진다. 그 물건들 가운데 아내의 속옷이 있었던 걸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다가 심리적 충동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배가 고파서 밥을 짓는다. 남편은 바깥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집안에서 자신이 지은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작정이었다. 외출했다가 밥이 다 되었을 때 돌아온 아내는 밥 냄새를 맡고 남편을 경멸한다. 남편은 “나를 던져 봐” 하고 조롱조로 말하는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는 이런 이야기를 5층에 사는 노인과 12층에 사는 남편의 대화를 통해 조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남편이 던진 물건 중에 아내의 속옷을 노인이 들고 와 남편을 만나는 모티프를 소설 첫머리에 얹어 흥미를 이끌어낸 다음, 이후에 남편의 심리를 치밀하게 서술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의 유해를 납골당에 보내지 못하고 집안에 두었던 행동은 남편의 심리 또한 이상심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남편은 뇌의 기억 장치를 완벽히 씻어 내버리기를 원한다. 때로는 자살을 상상하면서 삶의 끝을 생각한다. 아내가 남편을 위해 사 주었던 모래시계에다가 남편은 아내의 뼈를 곱게 갈아 모래 대신 그 뼛가루를 넣어서 커피 볶는 시간을 체크하는 장면은 존재의 시간구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일종의 심리소설로서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지향하는 소설미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신화적인 세계와 현실을 상상력으로 통합하는 오영수문학의 특성을 잘 계승하는 면모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