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울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우리경제가 국제경기의 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수출불황이나 내수부진이 아닌 선진국형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울산만 보더라도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 뿐만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 다른 업종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개혁정책들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노정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정책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공기업 성과연봉제는 입사 순서와 근속연수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상승하는 기존의 호봉제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제도의 도입에 따라 구성원의 동기부여가 뚜렷해지고,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1990년대부터 ‘Performance Related Pay(성과관련지급)’란 이름으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시행했던 영국의 경우는 교육·의료부문은 물론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반발도 거세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성과연봉제가 과연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냐는 점이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이로 인한 높은 부채비율, 낮은 생산성,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체계 등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성과연봉제를 통한 생산성의 향상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노조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경영의 비효율성이 낙하산 인사나 자원외교와 같이 정무적 판단과 외부적인 압력으로 인한 무리한 경영활동의 결과이므로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공정한 평가제도의 수립과 시행 가능성이다. 정부와 사측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지표를 설정하는데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평가제도의 확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에서는 경영진이나 평가권을 가지고 있는 상사의 입맛에 따른 줄 세우기 평가로 인해 성과보다는 상사 눈치 보기 문화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세 번째는 성과연봉제 도입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다. 기한 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진에 대한 평가에 불이익을 주거나, 전체 기관의 인건비를 동결하는 등 정부의 강력한 도입의지에 따라 그동안 공공기관에서는 공식적인 노조의 동의절차 없이 개별적으로 직원의 동의서를 얻는 편법을 쓰거나, 사측이 이사회를 통해 단독으로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노조에서는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위와 같은 사측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이며, 일부 노조의 경우 해당 기관장을 노동청에 고발하는 등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안주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경제적인 위기상황에서는 노사가 힘을 합치고 서로 조금씩의 손해를 보더라도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또한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와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인식 또한 널리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5세의 나이로 위기에 처한 글로벌 기업 GE의 최연소 회장이 된 잭 웰치는 저성과자 하위 10%를 해고하는 강력한 성과제도를 도입해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GE의 인사제도와 잭 웰치의 경영기법은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GE는 이러한 성과주의를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다. 

차별적인 보상을 위해 직원들을 평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전방향에 대해 자유로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업문화의 정착이 오히려 협업과 참신한 아이디어의 발굴이 필요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사제도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에 있어서 성과중심의 인사, 보상제도는 이미 국공립대학, 초중등 교원에게 적용된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가지 시행상의 부작용으로 인해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과 같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일방적인 제도시행은 성과를 내는 성과연봉제가 될 수 없다. 공공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당장에는 미흡해 보이더라도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단계적 접근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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