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년전 먼지찌꺼기
 가스로 만들어진 지구
 인류 역사 ‘먼지의 역사’

 1952년 ‘런던 스모그’
 석탄연료 때문
 1940년대 ‘LA 스모그’
 급증한 자동차 때문

 2016년 ‘한국 초미세먼지’
‘클린 디젤’에 속고는
 고등어탓 한 환경당국

 

▲ 김병길 주필

과학자들은 46억년 전 태양이 형성되고 남은 먼지와 가스 중 절반이 목성으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어 나머지 먼지찌꺼기로 지구 등 행성·소행성·혜성 등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흰색이었던 검은색 가지나방이 1848년 영국 맨체스터 탄광과 공장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산업혁명으로 석탄 검댕이와 그 먼지가 사방에 뒤덮이자 흰색나방이 천적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주변과 같은 검은색으로 날개색을 바꿨다. 검은색 가지나방은 이후 과학교과서에 환경에 적응한 생물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다. 

한때 우리나라 대통령은 탄광을 방문해 광부들을 산업전사,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석유파동’이라는 위기를 석탄으로 이겨내야 할때였다. 대한석탄공사가 설립된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65년간 탄광사고 피해자는 6만여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사망자만 1,562명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농으로 말하는 ‘막장’이 이들의 일터다. 발파작업으로 갱도안은 폭탄가루와 석탄가루로 가득하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막장의 먼지에 비하면 양반이다. 광부들은 보안경도 쓰지 않았다. 눈 앞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1952년 12월에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은 대기오염의 상징적 사건으로 영국정부는 1956년 청정공기법을 제정해 일정지역에서의 석탄연료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인류는 이러한 참사를 다시는 겪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서양의 반대편 LA에서 눈의 통증과 자극, 두통, 호흡기 자극, 인후염증 등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1979년 조사에서 시민의 83%가 건강불안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1940년대에 시작된 ‘LA 스모그’다.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석탄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유독 스모그가 나타난 것이다. 이 스모그는 석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때문이었다. ‘런던 스모그’나 ‘LA 스모그’의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현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는 점은 같다. 

인류의 역사는 지구생성과 그 이후 산업화 과정이 ‘먼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 풍진(風塵)세상’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이 땅에서는 초미세먼지 공포(phobia)에 휩싸여 전전긍긍이다. 

때맞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국이 대기오염을 이대로 두면 40여년 뒤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까지 나왔다. 대기오염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도 한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한 살인자’가 세상을 휘젓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생소했던 미세먼지는 2016년 지금 언제 어디서나 숨통을 조여오는 존재가 되었다. 한때는 모두가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발 황사가 범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꽃집의 선인장과 산세비에리아 등 공기정화 식물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쓰기 시작한 15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영국제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환경부는 눈을 부라리며 미세먼지 주범은 경유차량과 석탄화력발전소, 고등어와 삼겹살구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니 경유세를 더 걷고 전기료는 올리며 고등어는 굽지 말고 조려먹어야 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고등어구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전체 대기중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란 극히 미미하다. 어느 순간 ‘고등어=미세먼지의 주범’이 됐다. 잇따라 정부는 중국에서 가동하고 있는 IBM 인공지능(AI) ‘왓슨’의 미세먼지 예보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소동은 정부의 환경정책실패도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클린 디젤’에 속아 경유차를 친환경차에 포함시키는 실책을 범했다. 감사원은 2004년부터 10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오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미세먼지 종합대책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다 디젤차 감축, 고등어구이 금지에서 인공지능 도입까지 중구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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